[미래와 여성, 2부-①] 섬세한 업무ㆍ리스크 관리…금융 유리천장 균열은 시작됐다

입력 2015-08-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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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주 행장ㆍ서영경 부총재보 등 최근 여성임원 승진 잇따라…부드러운 리더십 인정

금융은 예로부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돈’을 만지는 일이다 보니 그 어느 업권보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었다.

똑같은 일을 해도 남성 연봉이 더 많았고, 일선업무(창구)는 늘 여성들의 몫이었다. 이런 차별은 100여년의 금융 역사에서 빈번하게 이뤄졌고 또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금융 인력을 칭하는 단어들이 ‘은행맨’, ‘증권맨’으로 통칭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보신주의에 젖어 있던 금융권에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고 있다. 변화의 바람은 그 어떤 곳보다 빠르다. 여성의 꼼꼼함과 부드러운 리더십이 ‘돈’을 만지는 일에 오히려 강점이 되고 있다.

결정적 계기는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의 취임에서 비롯됐다. 이후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과 김옥정 우리은행 부행장이 사내 최초로 임원 자리에 오르면서 유리천장 균열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성 금융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유리벽은 여전하다. 비정규직 고용 비율은 여성이 더 높고 투자은행(IB), 자산관리 등 주요직은 여전히 남성들이 휩쓸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특성을 고려한 직무를 개발하고 경단녀 활용을 위한 임금체계 환산(시급제 및 초과근무수당 신설)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女임원들, 줄줄이 주요직 = 은행권에서 권 행장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1978년 공채 17기로 기업은행에 입행한 권 행장은 지난 2013년 첫 여성 수장직을 거머쥐며 당당히 유리천장을 깼다. 이후 은행권 주요직에 여성 임원들이 줄줄이 올랐다. 김성미 부행장이 지난해 기업은행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으로 승진했고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보는 지난해 창립 이후 첫 여성 임원 명함을 받았다.

우리은행 WM사업부를 지휘하던 김옥정 상무가 사내 첫 여성 부행장에 올랐으며, 박정림 국민은행 WM사업본부 전무도 리스크관리그룹을 총괄하는 부행장에 선임됐다.

유연한 사내문화를 가진 외국계 은행은 여성 부행장이 이보다 일찍 탄생한 편이다. 김명옥 한국씨티은행 업무지원본부 부행장은 지난 2007년 부행장 자리에 올랐고 김정원 씨티은행 부행장은 지난 2012년 승진했다.

권위주의적인 당국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가 여성 임원이 됐고 토종 은행원 출신의 오순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금융소비자보호처장)와 10년 만에 금감원 여성 국장 타이틀을 단 김유미 IT금융정보보호단 선임국장도 금감원 여성 임원 자리를 꿰찼다.

◇섬세하고 꼼꼼한 업무 능력 강점 = 보수적이던 금융권에 여성 임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이들의 꼼꼼하고 섬세한 업무 능력 덕분이다.

여성 임원들은 섬세한 평가와 심사 능력이 요구되는 리스크관리본부에 배치된다. 김옥정 부행장과 박정림 부행장은 리스크관리본부를 이끌고 있으며, 권선주 행장 역시 리스크관리본부 담당 부행장을 지냈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해 영업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개인고객본부나 금융소비자본부, 영업지원본부 등에 여성 임원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성 임원들은 주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한 우물을 파 왔다. 보수적 문화에서 탈피해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사내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는 등 여성으로서의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행장 자리에 오르는 금융권 여성 임원들의 특징은 여성 특유의 능력을 바탕으로 기본부터 시작해 잔뼈가 굵다는 점”이라면서 “특화된 분야인 리스크 관리나 영업지원 등의 업무에서 기본기부터 충실히 쌓으며 올라온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고용, 男 < 女 =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장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은 여전히 유리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들은 대부분 고용형태, 업무배치 등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의뢰해 작성한 ‘2014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금융권의 여성고용 비중은 46.2%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계보다 10%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다.

채용된 대부분의 여직원들은 후선업무에 배치된다. 여성 인력 중 절반 이상인 65%가 영업·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14.2%의 인원은 영업지원이나 경영관리를 하고 있다. 반면 연자산관리(2.2%), 자산운용(1.2%), 투자은행(0.4%) 등 전문성이 많이 요구되는 직무에서 일하는 비중은 2% 안팎에 머물고 있다. 여성(85.4%)의 정규직 비중이 남성(91.3%) 보다 낮은 이유기도 하다.

이상돈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원은 “개인 고객을 접하는 창구영업에 주로 비정규직 여성을 고용하는 금융사들의 관행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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