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사외이사님들,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입력 2015-03-0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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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올해도 어김없이 재계는 사외이사 자리에 권력기관 출신들을 대거 앉힐 태세다.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을 보호해 줄 바람막이를 갖추겠다는 속내가 보여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10대 그룹이 올해 주총에서 선임하는 사외이사 중 약 30%가 장·차관, 판·검사, 국세청장 등 권력기관 출신이라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동규 전 공정위 사무처장과 이병국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현대제철은 박의만 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키로 했다.

현대글로비스도 석호영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과 김준규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삼성생명은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을, 기아자동차는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한승수 전 국무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병원 전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 김대기 전 대통령 정책실장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1998년 도입된 사외이사 영입 제도는 취지와 달리 오랜 기간 사익 추구를 위해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회의에 한 번 참석하는 대가가 6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에 달하는 등 과도한 연봉을 받으면서 경영진을 감독하고 견제해야 하는 본연의 업무를 떠나 기업의 바람막이용으로 퇴색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다행히 얼마 전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빠지는 등 실질적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회사에서 발생한 분식회계에 대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외이사가 경영감시 역할 등을 다하지 못했을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제재장치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판례로 사외이사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주주들이 직접 나서 사외이사의 올바른 역할을 유도하는 환경을 조성하든지, 일본과 같이 실질적인 규칙을 마련하는 게 더욱 빠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일본은 얼마 전 도쿄증권거래소가 상장기업의 공공성과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해 복수의 독립 사외이사를 두도록 하는 내용의 상장규칙을 마련했다. 회사와 무관한 외부인 2명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해 특정 세력이 회사를 농단하지 못하게 함은 물론 사외이사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수익성을 높이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적인 셈이다.

사외이사 제도를 무조건 부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사익 추구의 온상이 돼 버린 이들의 역할이 바로잡혀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기업의 내부적인 노력, 주주들의 의지, 제도적 장치 등 세 가지가 동시에 움직여준다면 20여년간 묵혀온 체증이 어느 정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사외이사 급여, 사내이사실 신설 등 이들을 비난하는 부정적인 시선보다는 사외이사 제도를 독려하는 긍정적인 시각이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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