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제2의 중동붐’ 기업 힘만으로 어렵다

입력 2022-1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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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 ‘중동붐’은 석유파동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버팀목이 됐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을 일군 배경에 ‘중동 신화’가 자주 회자될 정도로 중동은 한국 사회에 많은 것을 안겨줬다.

약 40년이 흐른 지금, 중동이 우리 정부와 기업에 다시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이른바 ‘네옴(Neom)시티 프로젝트’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030년까지 5000억 달러(약 660조 원)를 투입해 북서부 홍해 인근 2만6500㎢ 부지에 조성하는 대규모 첨단 스마트도시다. 부지 면적은 서울의 44배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석유에 의존해 온 사우디 경제를 첨단 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이다.

네옴시티는 길이 170㎞에 달하는 자급자족형 직선도시 ‘더 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 단지 ‘트로제나’로 구성된다. 1차 완공 목표는 2025년으로 현재 대규모 인프라 공사 입찰이 진행 중이다. 사우디는 네옴시티가 완공되는 2030년에 150만~20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네옴시티는 규모면에서 과거 중동 특수에 필적하는 ‘제2의 중동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삼성물산,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네옴시티 더 라인의 핵심 인프라 하나인 터널 공사 일부를 수주했다. 최근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시기에 한국 주요 기업과 사우디 측이 30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에 달하는 26건의 투자 협약을 맺기도 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에는 인공지능(AI), 5G‧6G,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함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전기·수소차, 자율주행 등에서 강점을 지닌 현대자동차가 적극성을 띠고 있다.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 사업을 확대하는 SK,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는 한화도 눈여겨보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에서 재계 총수들과 면담하고 예정됐던 일본 방문을 취소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들의 수주 경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네옴시티를 둘러싼 대부분의 입찰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만큼 ‘미스터 에브리씽’(Mr. everything)이라고 불리는 빈 살만 왕세자와의 친분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달콤하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중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곳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커지면서 한국 기업이 수주했던 대형 건설공사 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직접 챙겼던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도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겪다 최근 좌초됐다.

빈 살만 왕세자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관계도 서먹서먹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권 유린을 이유로 빈 살만 왕세자를 국제사회의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원유 증산 문제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는 등 정치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언제 또 사이가 나빠질지 모를 일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정부의 외교적인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정보력과 협상력을 갖춰야 하고 기업과 ‘원팀’을 이뤄 국제 정세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기업들이 복합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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