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왈가왈부] 한달만에 빠진 ‘인하효과 지켜보자’ 통방문구 함의와 뒷맛

입력 2019-1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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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12-01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실패 조정..추가 인하 가능성 낮지만 내년 2월 분수령..권위 회복 절실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였던 11월 한국은행 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연 1.25%)과 함께 한 명의 인하 소수의견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정이라는 점에서 남달라 보일 건 없었다.

다만, 슈퍼 비둘기(통화완화)파로 불리는 조동철 위원이 아닌 신인석 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낸 점에 대해서는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다소 의외라는 분위기다. 또, 통화정책방향 문구에서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지켜보면서’라는 대목이 빠진 점도 주목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한번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다만, 내년 2월이 분수령이 되겠지만 여전히 추가 인하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7인의 현자(賢者)로 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 다만 항공모함을 몰듯 해야할 통화정책과 커뮤니케이션이 조변석개하면서 그들 스스로 현자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11월 인하 소수의견에도 불구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동결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다만 추가 인하 가능성은 내년 2월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개최된 11월 금통위 전경. 왼쪽부터 윤면식 부총재, 고승범, 이일형 위원, 이주열(정면) 총재, 조동철, 신인석, 임지원 위원. (연합뉴스)
▲7인의 현자(賢者)로 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 다만 항공모함을 몰듯 해야할 통화정책과 커뮤니케이션이 조변석개하면서 그들 스스로 현자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11월 인하 소수의견에도 불구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동결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다만 추가 인하 가능성은 내년 2월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개최된 11월 금통위 전경. 왼쪽부터 윤면식 부총재, 고승범, 이일형 위원, 이주열(정면) 총재, 조동철, 신인석, 임지원 위원. (연합뉴스)
이번 금통위에서 뒷맛이 남는 대목도 있다. 바로 인하효과를 지켜보자는 문구가 불과 한달만에 빠진 점이다. 이 문구는 지난달 통방 종합판단 부문에 처음으로 삽입됐었다. 사뭇 별것 아닐수 있는 이 문구의 삽입과 삭제는 바로 한은과 한은 금통위의 가벼움을 여실히 보여줬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 10월 매파적 금리인하, 잘못 낀 단추 풀기 = 앞서 10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한 연 1.25%로 결정했다. 이는 한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과 동일한 수준이며, 7월 인하 이후 올들어 두 번째 인하였다.

반면,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채권금리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한은 입장이 곤란하게 됐다. 실제 기준금리 인하직전인 10월15일 1.281%를 기록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금리인하 한달여만인 11월12일 1.564%로 28.3bp나 치솟았다. 금리인하 당일 19bp나 떨어졌던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도 같은기간 1.55%에서 1.53%를 기록해 금리인하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그렇잖아도 이주열 총재는 통화정책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고 인정한 바 있었던데다, 추가 인하 여력이 많지 않다고 공언한 바 있다. 따라서 통화정책 파급경로상 가장 가까이에 있고,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채권금리가 상승한 점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는 10월 금통위에서 인하에 반대하는 위원이 전통적 매(통화긴축)파인 이일형 위원을 비롯해 임지원 위원까지 두 명이나 나온데다, 통방문에까지 앞서 언급한 인하효과를 지켜보자는 문구가 삽입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임지원 위원은 내년 다섯 명의 금통위원이 임기 종료를 이유로 교체(4월 금통위원 4명, 8월 부총재)되면서, 금통위원 7명중 이 총재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남아있을 위원이다. 또 인하효과를 지켜보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 내지 6개월이 소요된다는게 통설이다. 따라서 이같은 내용이 통방문구에까지 삽입됐다는 것은 상당기간 추가 금리인하가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금리인하를 하고도 시장금리가 상승한 것과 관련해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손을 들었던 한 금통위원은 “두명의 소수의견에다 지켜보자는 문구까지 넣으면서 10월 금통위가 너무 매파적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11월 금통위에서는 10월 금통위와 180도 다른 모습이 연출되면서 채권시장은 랠리를 보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1월 금통위가 있었던 지난달 29일 당일에만 4.5bp 하락한 1.385%를 기록했다. 이는 10월24일 1.388% 이후 최저치다. 10월 금통위 이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10월 금통위 이후 상승했던 부분을 상당부문 만회한 셈이다.

결국 11월 금통위는 10월 금통위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실패를 조정함으로써 시장금리를 끌어내리기 위한 노력을 한 셈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이투데이 정리)
(한국은행, 이투데이 정리)
◇ 새해·설·총선·금통위원 교체 이벤트와 심리 개선·실질금리 하락 = 내년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있다면 그 시점은 2월이 분수령일 것으로 보인다. 2월을 넘긴다면 내년 상반기는 동결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내년엔 경제외적 이벤트가 많다. 1월 새해와 설이 겹치고, 4월엔 총선과 4명의 금통위원 교체가 예정돼 있다.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가 1년에 8번으로 줄었고, 상반기엔 1월과 2월, 4월과 5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경제외적 이벤트에 가장 무관한 달은 2월일 수밖에 없다.

금리결정으로 통화정책이 변경된 1999년 이후 현재까지 이같은 이벤트가 있었던 달에 금리가 변경된 적은 3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중 인하는 단 한번으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이 유일하다.

현재로서는 추가 인하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이주열 총재도 11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켜보자는 문구 삭제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그것이 곧바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아직은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수준”이라고도 밝혔지만 원론적 답변 정도라는 판단이다.

한은이 밝힌 성장률과 물가를 보면 올해를 저점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성장률 올해 2.0%, 내년 2.3%, 2021년 2.4%, 물가 올해 0.4%, 내년 1.0%, 2021년 1.3%). 이 총재 역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서도 “국내 경기 흐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현재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10월 금통위에서 임지원 위원이 지적한 서비스업 생산 증가와 소비심리 안정화, 생산자출하 상승, 설비투자지표 반등 등 일부 지표의 개선조짐 외에도 심리 개선과 실질금리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실제 소비자심리지수(CSI)와 기업심리지수(BSI)를 종합한 경제심리지수(ESI)는 8월 88.4를 저점으로 반등국면에 있다. 특히 ESI에서 계절적요인과 불규칙요인을 제거한 ESI순환변동치도 11월 현재 91.1을 기록하며 2년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실질금리도 10월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신규취급액기준 대출금리에서 근원인플레와 기대인플레를 뺀 금리는 각각 2.57%와 1.50%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9월(2.84%, 1.51%) 대비 하락한 것이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거나, 신년초 확대재정 집행이 집중되면서 정부의 추가 인하 압력이 있다면 양상은 달라질 수 있겠다.

(한국은행, 통계청)
(한국은행, 통계청)
◇ 현자(賢者) 권위 되찾길 = 7인의 금통위원들은 현자(賢者)로도 비유된다. 그만큼 우리 경제를 보는 안목이 깊다는 점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다만 통방문구가 한달한달 달라지는 점은 그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통화정책은 조각배가 아닌 항공모함을 움직이는 것에 비견된다. 그만큼 잘 움직이지 않고, 한번 방향을 틀면 꾸준히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화정책방향’도 말뜻 그대로 긴시계에서의 향후 방향을 언급하는 문구들이다. 때문에 문구하나하나가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하다. 그만큼 신중하게 언어를 취사선택하고, 한번 선택한 문구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이주열 총재 이후 통방문구에 한달은 개선, 한달은 위축 내지 부진(2015년 4월~2016년 7월)으로 갈지자행보를 한 적이 많았고, 반년동안 금통위에서 고심 끝에 삽입했던 ‘유휴생산능력 추이(2015년 1월~5월)’도 불과 6개월만에 사라지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조각배 움직이듯 한 모습이 연출됐다. 한은에서 잔뼈가 굵었고, 사실상 첫 연임 총재로서 보일 행보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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