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한국GM사태 ‘직무유기·배임’ 꼬리표에…복잡한 소송 셈법

입력 2018-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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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한 승소 가능성...주총 비트권 해당여부가 관건

KDB산업은행이 한국GM 연구개발(R&D) 신설 법인을 막을 소송 카드를 쉽사리 꺼내지 못하고 있다. 산은으로선 가만히 있으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지만, 소송에서 지면 후폭풍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GM 측은 2대 주주인 산은을 배제한 채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일방적인 법인 분리를 결의했다. 시장에서는 한국GM의 R&D 법인 분리가 국내에서 생산 시설을 철수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 준비작업이라는 분석과 함께 논란이 일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28일 “한국GM을 상대로 한 소송을 언제, 어떻게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산은은 현재 법무법인 세종에 사건을 맡겨 각종 법적 쟁점 등을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산은 국정감사에서 “(한국GM이) 법인 분할을 강행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은, 법인 분리 인지하고도, 대책 없었다… 배임 논란 = 현재 산은 입장에선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한국GM의 일방적인 법인 분리를 막을 유일한 방안이다. 하지만 섣불리 소송을 냈다가 지면 최소 수억, 수십억 원에 달하는 소송비용만 날릴 수 있다. 1심만 최소 6개월, 판결 확정까지 수년이 걸려 실효성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한국GM의 행보를 넋놓고 바라만 볼 수 없다는 다급함도 공존한다. 산은이 4월 한국GM과의 협상 당시부터 R&D 법인 분리 계획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산은이 앞장서 이를 저지했어야 할 사안인데, 협상 당시 GM의 계획을 듣고도 이를 묵인한 채 대규모 공적자금을 지원하고 지난 6개월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차후 배임 의혹에 휩싸일 우려도 있다. 산은은 올해 말까지 주기로 한 4200억 원(3억7500만 달러)을 포함해 총 8400억 원(7억5000만 달러)을 한국GM에 지원한다. R&D 법인 설립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거나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문제 소지가 있다.

◇내달 초 본안소송 제기 전망… 승소 가능성 ‘희박’ = 문제는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작다는 점이다. 산은은 주총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으나 사실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한국GM이 주총 소집을 통보했고, 산은이 노조 측 반대로 주총 장소에 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관건은 R&D 법인 설립이 정관상 ‘비토권(거부권)’ 요건인지다. 산은이 한국GM을 상대로 낸 주총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 결정문을 보면 특별결의사항(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 안건)에는 ‘실질적 지분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흡수·신설 합병 등 조직개편’ 또는 ‘총 자산가치 5% 이상 관계당사자 이전’ 등이 들어있다.

가처분 신청을 심리한 법원은 이미 한 차례 R&D 법인 설립이 정관상 특별결의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사실상 판단했다. 산은은 법원에서 R&D 법인 신설이 단순 인적·물적 분할이 아니라 지분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또 R&D법인이 기술소유권을 모두 가져가 사실상 한국GM을 GM그룹이 연구·개발한 자동차만 생산하는 ‘공장’으로 만들어 주주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이 국감에서 한국GM 법인 분리가 철수를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는 질의에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고 했으나 사실상 법인 신설에 반대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소송 전략상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산은이 소송을 내면 늦어도 내달 초가 될 전망이다. 한국GM이 본격적으로 법인 분리 작업에 들어가기 전 가처분 신청을 내 결론을 내야 해서다. 한국GM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산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한국GM은 단물만 쏙 빼먹고 3~4년 뒤에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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