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당신을 레이서로 만들어주는 재규어 XJR

우리나라는 유독 세단의 인기가 높다. 반면에 미국이나 유럽처럼 2도어를 단 스포츠 쿠페나 2도어 세단은 찾아보기 힘들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상 2도어를 단 고급차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차종이 스포츠 세단이다. 겉보기에는 여느 세단과 다를 바 없지만 엔진이나 변속기, 서스펜션 그리고 외관 일부를 스포티하게 단장해, 실은 스포츠카에 가까운 차가 바로 그런 차들이다.

재규어 라인업에는 ‘R’자가 붙은 모델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지난해 말, 재규어코리아가 공개한 XJR은 재규어의 승용 라인업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V8 4.2ℓ 가솔린 슈퍼차저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이 400마력에 이르는 강력한 심장을 지닌 게 가장 큰 특징. 여기에 스포티한 앞뒤 범퍼로 XJ 세단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사실 XJR은 차체 길이가 5m가 넘어 스포츠 세단으로서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XJR은 재규어 특유의 낮은 차체에다 100%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보디, XJR을 위해 특별히 튜닝된 에어 서스펜션이 가세해 날렵하고 민첩한 몸놀림을 만들어 낸다.

최대 55.3kg·m에 이르는 가공할 파워는 3500rpm에서 정점에 이르지만, 이미 2000rpm부터 최대 토크의 80% 이상을 끌어낸다. 그래서 옆 차선에서 천천히 달려오는 XJR을 봤다고 무심코 차선을 바꿨다가는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어느새 XJR이 앞으로 치고 나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엔진성능만 향상시킨다면 자칫 운전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XJR은 향상된 주행 성능에 맞게 고성능 R 브레이크 시스템을 채택해 제동력을 강화했다. 여기에 4-피스톤 알루미늄 모노블록 캘리퍼, 4-채널 ABS와 급제동시 임의로 페달의 압력을 높여주는 EBA(Emergency Brake Assist)까지 추가했다.

XJR은 이러한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웬만한 스포츠카 못지않은 ‘짱짱한’ 주행실력을 뽐낸다. 반면 일부 고성능 모델에서 볼 수 있는 딱딱한 승차감은 찾아볼 수 없다. ‘품위’를 유지하며 달리고 싶어 하는 재규어 오너들의 성향을 감안한 세팅이다.

재규어는 럭셔리 브랜드답게 승객 편의성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외부 소음을 차단해주는 라미네이트 글라스(이중접합유리)를 채택해 정숙한 실내 공간을 완성했으며, 16방향 메모리 기능의 운전석 파워시트, 자동 높이 조절 장치를 갖춘 오토매틱 제논 헤드램프, 블루투스 핸즈프리 시스템 등을 갖췄다.

또한 앞좌석의 터치스크린뿐 아니라 뒷좌석 승객을 위해 두 개의 독립식 LCD 모니터가 장착되어 있어 TV, MP3 플레이어 등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으며, 출력 320W에 서브우퍼를 포함한 12개의 스피커를 갖춘 알파인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으로 최고급 세단에 걸맞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즐길 수 있다.

XJR은 독특하기로 소문난 재규어 차종 중에서도 ‘확 튀는’ 모델이다.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기능에 신경 쓰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오너 중심의 고급 세단이라 할 수 있다. 정숙한 가솔린 모델도 있고 경제성 높은 디젤 모델도 있지만, 재규어 고유의 혈통을 느끼고 싶다면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차가 XJR이다.

만약 스포츠세단을 뒷좌석에서 느껴보고 싶은 사장님이라면 XJ SV8에 눈을 돌려보길 권한다. XJR의 성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휠베이스가 125mm 더 길기 때문에 한결 여유 있는 드라이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재규어 XJR

레이아웃-------앞 엔진, 뒷바퀴 굴림, 4도어, 5인승 세단

엔진, 기어----- V8 4.2ℓ 가솔린 슈퍼차저 엔진, 400마력/55.3kg ․ m 자동 6단

길이×너비×높이-5091×2104×1462mm

서스펜션 앞/뒤--모두 더블위시본

타이어 앞, 뒤---모두 255/35R20

연비, 가격------7.4km/ℓ, 1억3300만원

BEST---------어떤 차에도 뒤지지 않는 스피드

WORST-------소수 마니아를 위한 차. 알아주는 이가 많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