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논란에도 출자기업 37명 낙하산…산은 ‘관리 부실 책임론’ 부상

입력 2018-02-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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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STX조선해양 등 산은 출신들 대거 투입… 경영상황 제자리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과 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16년 6대 혁신안을 세웠다. 골자는 비금융자회사 132곳 매각과 임직원의 출자회사 재취업 금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산은은 지금까지 이 목표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목표 달성에 근접해 있다. 올해까지 정리해야 할 회사는 21곳밖에 남지 않았고 ‘구조조정 중’인 기업으로 재취업한 임직원도 없다.

그러나 실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32곳 중 96곳은 유암코나 사모펀드 등에 패키지로 대거 매각할 수 있었던 중소기업이었다. 앞으로 팔아야 할 회사 중 중소기업은 2곳에 불과하고 19곳은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금호타이어, 한국지엠 등 출자전환으로 떠안은 문제기업들이다. 임해진 전 부행장은 퇴임 1개월이 채 되지 않아 KDB생명의 부행장으로 내정됐다. 구조조정 중인 자회사가 아니어서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이투데이가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 등을 토대로 취합한 산업은행 출신의 출자회사 및 대출회사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2016년 이후에도 37명이 관계 기업에 이사 이상 임원으로 부임했다. 퇴직 후 재취업에 걸린 기간은 대부분 1개월 이내였다.

산은 구조조정부문 등에 근무하면서 출자회사에 파견을 나가 있는 인력도 30여 명이 넘는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파견 중인 직원의 상당수가 임금피크 대상자로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임금피크를 앞둔 은퇴 대상 직원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기업체 파견 후 바로 퇴직해 재취업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은은 이번 임 전 부행장의 KDB생명 부사장 내정 등 자회사 임직원의 출자회사 재취업에 대해 ‘견제·관리와 소통’을 명분으로 든다. 금융 전문가의 적절한 관리와 사내 부실 견제, 산은 내부와의 효과적인 소통을 통해 출자회사의 경영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낸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안양수 KDB생명 사장은 2013년 수석부사장으로 부임한 후 2015년 사장으로 승진해 벌써 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안양수 사장이 부사장으로 발탁되기 전 안동명 부사장도 산업은행 출신이다. 안 사장보다 앞서 대표이사였던 최익종 사장도 산업은행에서 부행장까지 지냈다가 2010년 금호생명보험(현 KDB생명) 사장을 맡았다. 그러나 산은 출신들의 관리에도 불구하고 KDB생명 매각은 수차례 실패했고 산은은 결국 지난해 말 KDB생명에 대해 3000억 원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인수 자금부터 이번 유상증자까지 1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은 상황에서 그 이상 가격으로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러한 상황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최근 매각이 무산된 대우건설의 송문선 사장 역시 지난해 1월 산은에서 나와 대우건설 부사장에 취임했다. 당시 산은은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인사라고 해명했지만 이번 매각에서 산은은 지금까지 투입한 3조2000억 원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하는 매각가를 받아들여야 했다. 특히 지난 4분기 해외 사업장 부실을 제때 파악하지 못해 이번 매각을 파행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송 사장에 대해서는 대우건설 내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STX조선해양, 동부제철, 한국지엠, 금호타이어 등 몸집이 1조 원 혹은 그 이상에 달하는 대기업들이 아직 산은 관리 하에 있지만 이들의 경영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중인 기업을 관리하는 일에 대해서 산은 내부에서는 ‘누가 해도 어려운 일’이라는 이유로 일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며 “이러한 안일한 분위기부터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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