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6=중환자실행’...중국 실리콘밸리의 반란

입력 2019-04-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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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온라인 공간서 조직적으로 반발…중국 변호사 74명, 정부에 노동법 집행 촉구 공개서신

▲마윈 알리바바그룹홀딩 회장이 최근 중국의 초과시간 근무인 ‘996’을 옹호해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사진은 마윈 회장이 지난해 10월 1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발리/AP뉴시스
▲마윈 알리바바그룹홀딩 회장이 최근 중국의 초과시간 근무인 ‘996’을 옹호해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사진은 마윈 회장이 지난해 10월 1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발리/AP뉴시스

세계적으로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IT 산업 근로자들 사이에서 업계의 악명높은 노동 관행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경기 둔화 속에 고용시장이 약화하고 IT 시장이 이미 성숙해 부자가 될 가능성이 줄면서 ‘996’ 문화에 대한 반발이 온라인에서 조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996’은 하루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뜻한다. 암묵적으로 주 72시간 근무를 강요하는 업계의 관행이다.

전 세계 프로그래머들이 코드 등을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깃허브(GitHub)에 지난달 짧은 포스트가 올라오면서 중국의 996 근무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됐다. 익명의 한 사용자가 “996 근무를 계속하다가 중환자실(ICU)에 실려가겠다”며 ‘996.icu’라는 사이트를 개설한 것이 논란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해당 포스트는 무려 23만 회 이상의 ‘좋아요’가 붙었다.

중국 전역의 변호사 74명은 29일 중국 인적자원부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이런 부정적인 기업문화를 억제하도록 정부가 노동법을 엄격히 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지어 관영매체들도 996 문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인민일보는 최근 논평에서 “경기둔화 압력 속에 많은 기업의 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해져 경영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해할만 하다”면서 “그러나 직원들이 최대한 초과근무를 많이 하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중국 정부는 IT 개발자들의 불만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까 우려하기 시작했다. 개발자들이 파업이나 시위에 돌입하진 않고 있지만, 온라인에서 과잉 노동을 풍자하는 게시물을 올리거나 항의 티셔츠를 입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996 논란의 불씨를 당긴 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이다. 그는 지난 11일 알리바바 내부 행사에서 “996 근무를 할 수 있는 것은 큰 축복”이라며 “많은 회사와 사람이 996을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다. 젊었을 때가 아니라면 언제 996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초과 근무를 적극 지지했다.

알리바바 경쟁사인 JD닷컴의 류창둥 최고경영자(CEO)는 한 술 더 떠서 “우리는 직원에게 996을 강요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직원 한 사람 한사람이 전력투구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허송세월하는 사람은 나의 형제가 아니다. 나는 18만 명의 형제와 그 뒤의 18만 가정을 책임지고 있다. 빈둥거리는 1%는 내버려 두는 것 이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YT는 중국이 경기둔화에 허덕이면서 IT 기업들이 더는 996을 강요할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JD닷컴과 텐센트 등 대기업이 최근 대량의 감원을 실시했다. 벤처투자 유입도 예년에 비해 위축됐다.

또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스타트업이 성장할 여지도 매우 작아졌다. 베이징 소재 스타트업 메타앱의 맥스 저우 공동설립자는 “중국에서 2등을 위한 희망은 거의 없다”며 “중소기업은 직원들이 자신의 삶을 희생할 만큼의 원대한 목표를 더는 제시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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