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아시아나 인수 부인한 이유

입력 2019-04-16 15:08 수정 2019-04-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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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트로피 매물'에 구설수 부담..펀드와 연계 불가피할듯

대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일제히 부정했지만, 경영 능력을 갖춘 대기업(SI)와 자금력을 지닌 펀드(FI)간의 흥미롭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는 것이 인수합병(M&A)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인수 검토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5일 "후보군 중에서 그룹 회장에게 자세하게 보고한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시아나가 높은 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의 `헤어컷(채무삭감)'이 전제된 좋은 매물이란 점은 분명해보이기 때문에 대기업과 펀드가 그냥 바라만보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M&A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항공사업은 전형적인 '트로피 에셋'으로 꼽힌다. '트로피 에셋'은 단순한 우량 매물이라는 의미만은 아니다. '트로피' 처럼 겉으로 화려하고 오너의 자부심이 강한 업종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최태원 SK 회장이 직접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업 자체의 밸류를 떠나 '트로피 기업'을 인수했을때의 지나친 '스포트라이트'나 구설수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M&A 전문가는 "SK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구설수"라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SK그룹의 현금 보유액은 11조원대에 달하지만, 주력 사업인 반도체 경기 하락을 대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는 적어도 1조 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인다. 매각이 확정된 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의 가치는 5000억 원을 넘어섰다. 증권가에서는 신규자금 투입 등을 포함해 1조5000억~2조 원을 예상한다.

자금력으로만 본다면 SK그룹 다음으로 롯데그룹이 주목받는다. 롯데그룹은 올해 금융사 매각으로 당장 3조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시기가 문제다. 금융계열사 매각은 올해 말이나 완료될 수 있다.

'트로피 매물'에 대한 구설수 부담이 적은 사모펀드는 일찍감치 군침을 흘리고 있다. 높은 이자만 보장된다면 자금을 안 댈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들 시각에서 보면 항공사업은 당국의 허가가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고 현금흐름이 좋아 수익성이 좋은 '캐시카우'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은 계열사 지원 탓에 부채가 크게 늘었으나 기존 부채만 탕감되면 우량한 현금흐름으로 정상화가 가능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우리나라 2대 항공사로 비적자노선을 조정하고 수익성 높이기 위한 작업 등이 보완되면 상당한 흑자를 낼 수 있는 매력적인 회사"라면서 "충분히 원매자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자금력이 충분한 사모펀드는 항공사업을 직접 경영하기가 어렵다. 특히 국적 항공사에는 외국계 자금 투입이 제한된다.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외국계 지분이 2분의 1 이상이거나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 외국 국적자 등은 항공사업 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

결국 인수 의지가 있는 대기업은 자금이 부족하거나 주위 시선이 부담되고, 자금을 가진 펀드는 경영이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이에 합종연횡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 간 치열한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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