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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CD금리 부실 입력, 코픽스(COFIX) 오류 데자뷔

김남현 자본금융 전문기자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지난달 30일 자본시장에서는 다소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졌다.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를 고시하는 일부 기관들에서 오전 제출금리를 전일과 같은(1.70%) 수준으로 금융투자협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전 금리고시에서 CD 91일물 금리는 전일 대비 18bp(1bp=0.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 1.88%에 고시됐다.

앞서 이날 9시 57분께 한은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연 1.7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면 CD금리도 20bp 가량 오르는 게 보통이다. 또 이날 10시 25분께 우리은행도 3개월물 CD 600억 원어치를 1.90%에 발행한 바 있다. 시중은행에서 3개월물 CD를 발행하면 보통 그 발행금리가 고시금리로 결정되곤 한다. 오전 금리고시는 11시 30분을 기준으로 고시한다는 점에서 고시회사가 충분히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CD금리는 10개 고시회사가 금투협에 금리를 제출하면 금투협은 상하 금리 두 개를 뺀 8개사 평균값으로 금리를 고시하고 있다. 이 같은 고시는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 이뤄진다.

지금은 그 역할을 코픽스(COFIX) 금리에 내줬다곤 하나 CD금리는 여전히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다. 또, 자본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바로 이자율스와프(IRS)시장의 기준금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IRS시장은 변동금리인 CD금리와 고정금리인 IRS금리를 교환하는 시장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IRS시장의 올 상반기 거래규모는 1646조 원, 6월 말 현재 잔액은 5334조 원에 달한다.

이 같은 부실입력은 지난해 말 불거졌던 KEB하나은행의 코픽스 입력오류 사태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당시 감사원 적발로 알려진 오류로 2015년 4월분 코픽스 입력분은 1.78%에서 1.77%로 1bp 하향 조정됐다. 단 1bp 하향 조정으로 주택담보대출자 40만 여명에게 15억 원가량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금융감독당국은 그해 연말까지 1인당 3300원씩 환금키로 하는 조치를 내렸다. KEB하나은행 역시 금감원으로부터 현장 검사를 받은 것은 물론이다.

문제가 지적되자 이날 오후 고시에서 CD 91일물 금리는 2bp 추가로 오른 1.90%에 고시됐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긴 어렵다. 한은의 금리인상도 시중은행의 CD 발행도 확인하지 않고 관성적으로 전날과 같은 금리로 입력한 고시회사나, 잘못 입력한 게 명백한데도 이를 시정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금투협 모두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빠져 있다고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금투협 규정인 ‘최종호가수익률 공시를 위한 수익률 보고 관련 기준안’에는 ‘수익률 보고회사로 지정된 회사는 지정기간 동안 공정하고, 성실하게 수익률을 보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또 ‘CD의 경우 당일 CD의 발행 및 거래내역, 은행채 등 유사채권의 수익률, 한국은행 기준금리, 단기금리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시장 상황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공정한 수익률을 보고 하는 경우’ 지정기간 중 수익률 보고회사 변경도 가능하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현실을 이해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CD금리 고시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년간 담합조사를 받고 무혐의 결론이 난 것이 2016년 7월이다. 금투협은 명백히 잘못됐을 경우조차 시정을 권고하는 등 가타부타 말을 꺼내기조차 조심스럽다고 해명하고 있다.

고시회사 입장에서도 의무뿐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CD 발행은 은행이, 금리고시는 증권사로 이원화된 구조를 갖는 상황인 데다, 고시 증권사 입장에서는 CD금리 고시에 따른 권한 내지는 이익이 거의 없다. 기획재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를 인수하는 국고채전문딜러(PD)나,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 등을 인수하는 공개시장운영(OMO) 대상기관 등이 각각 비경쟁인수나 정례모집 등을 통해 금리에서 이익을 취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리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참에 금투협에는 일부 감독 역할을 부여하거나 감독당국에 긴급 시정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CD 금리 등을 포함한 최종호가수익률 고시회사엔 일정 수준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난달 30일과 같이 황당무계한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제재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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