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주열 2기’ 한은에 바란다

입력 2018-04-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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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자본금융 전문기자

“경기회복의 동력을 살려가면서도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하겠다. 경제 현안 전반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도록 하겠다. 내부경영과 관련해서는 이전 4년간 ‘안정’을 우선하였다면 앞으로의 4년은 ‘변화와 혁신’에 역점을 두겠다.”

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4년 만에 처음으로 연임 총재가 되면서 밝힌 취임사의 골자다. 통화정책과 경제현안, 내부경영 등 세 분야에 대한 그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디 그의 이 같은 의지가 4년 후 현실로 이뤄지길 바란다. 그의 성공은 개인뿐만 아니라 한은 아니, 한국 경제의 성공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몇 자 적어 본다.

우선 아쉽게도 그의 지난 4년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이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조차 그의 연임에 대해 “말 잘 듣는 총재를 선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2014년 4월 초 그의 첫 임기 출발 당시 썼던 ‘이주열 총재, 소통 친절보단 권위’라는 글을 다시 옮겨 적고자 한다.

당시 글 중 일부를 발췌하면, “한은이 소통 대상으로 해야 할 주체는 시장은 물론 정부도 포함해 다양할 것이다. 이들과의 소통은 한은 스스로 권위를 갖출 때 비로소 원활히 이뤄진다. 이를 위한 방식은 독립성과 일관성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썼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그간 수없이 많은 비판이 쏟아졌음에도 단 한 번의 유감 표시가 없었던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그는 2기 취임식 후 가진 출입기자단과의 다과회에서 “소통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세월호 사고와 그 파장을 들며 “시그널을 주고 내렸는데 두고두고 인상깜빡이 켜고 인하했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고 해명하는 데 그쳤다.

인상깜빡이를 켜고 인하했다는 게 비판의 골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같은 그의 언급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당시 최경환 부총리 취임 후 “빚내어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소위 초이노믹스와 최 부총리의 “척하면 척”에 응답해 갑작스런 인하가 계속됐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금리인상 기조 속에서도 한은이 금리인상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는 145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때문이다.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이 정부와 한은의 공통된 목표다. 다만 정부는 성장에, 한은은 안정에 방점을 두는 것”이라며 한은의 독립성을 설명한 박승 전 한은 총재의 언급을 곱씹어 볼 필요도 없다. 가계부채 때문에 통화정책의 발목이 잡혔다면 이미 그간의 통화정책은 안정이라는 목표를 훼손한 것이다.

이 총재 스스로 좀 더 적극성을 가질 필요도 있겠다. 지난 4년은 직전 김중수 총재의 개혁을 되돌림하는 시간이었다. 김 전 총재가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한은을 흔들어 놨지만, 그 과정에서 빚어진 부작용이 컸다는 게 한은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었다는 점에서 이 총재 스스로도 밝힌 ‘안정’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그렇잖아도 보수적인 한은의 문화를 더 보수적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가급적 우리끼리 조용히 잘…’이라는 문화가 팽배해져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무뎌진 펜, 두루뭉술한 보고서, 국민소통 없이 공부방 같은 한은”이라는 비판과 함께 “생산적 논쟁을 자신 있게 펼쳐 달라”는 주문까지 나왔다.

권한의 위임 등 제도와 관행을 고쳐 나가겠다는 내부경영 부문에서도 핵심은 비켜 간 게 아닌가 싶다. 이 총재 연임 직후 실시한 한은 노조 설문조사에서 내부경영과 관련한 부정적 응답이 10명 중 7명(67%)에 달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자기 사람만 챙긴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서다.

조만간 차기 총재 몫으로 미뤘던 임원과 국장 등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가 있을 예정이다. 그가 말한 “변화와 혁신”의 첫걸음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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