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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터닝포인트] “아저씨가 장관이라고요?”

[이투데이 김준형 기자]

산업2부 차장

새 정부 들어 정부 부처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여러 변화 가운데 하나가 권위를 내려놓은 장관들의 파격 행보인데요.

정책 기조를 떠나 이들 대부분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하나둘 눈에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특징이 ‘소통(疏通)’이라는 궁극점에 모아지는 것도 이런 면면이 쌓였기 때문이겠지요.

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달했던 8월 첫째 주. 부산 해운대우체국에 60대로 보이는 민원인 한 명이 조용히 들어섰습니다. 이 민원인은 창구 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우체국장님 뵈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창구 직원들은 상투적으로 이 민원인을 안내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의아해 했다”고 합니다.

곧이어 전화가 연결되자 이 60대 민원인은 우체국장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과기정통부 장관 유영민입니다.”

해운대우체국 유영철 국장은 “창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긴가민가했다”고 했습니다. 혹시나 싶어 계단을 내려가던 순간 아래층에서 올라오던 유영민 장관과 마주쳤습니다.

그야말로 깜짝 놀랐던 순간이었지요. 유 장관은 수행원도 없이 혼자 휴가 기간을 이용해 이곳 우체국을 방문한 것입니다.

유영철 해운대우체국장은 그때를 기억하며 “나와 이름이 비슷한 누군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공직생활을 35년 넘게 하면서 체신청, 정통부, 미래부 등을 거쳤지만 주무부처 장관이 예고도 없이 불쑥 우체국을 찾아온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고도 말했습니다.

유 장관은 해운대우체국장의 안내로 집배실, 지원과, 창구 직원들을 차례로 만나 이들을 격려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집배원들의 노고와 현장의 애로사항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어 집배 인력의 근로시간에 대한 해법과 대안을 만들어낼 것도 약속했습니다. 수행 직원도 없이 혼자 우체국을 찾았던 유 장관이 그곳에 머물렀던 시간은 2시간 남짓이었다고 합니다.

이 우체국의 한 직원은 “TV에서나 보던 장관이 직접 눈앞에 와서 악수를 청하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키는 작으시더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한 직원은 “처음에는 장관이 왔다길래 장난인 줄 알았다. 재빨리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니 정말 장관이 맞더라. 장관님이 되돌아간 뒤에야 정신이 들었다”며, “한참이나 알 길이 없는 뿌듯함에 빠졌었다”고 그때를 회상했습니다.

방문을 마친 유 장관은 다시 동래우체국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해운대우체국 직원들이 서둘러 그를 목적지까지 태워 주려 했으나, 유 장관은 끝까지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리고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아 타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과기정통부 대변인은 “미리 방문을 예고했더라면 준비된 직원들에게서 준비된 보고만 받게 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으레 장관쯤 되면 수행원을 여럿 거느리고 다닙니다.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찾아간 곳에서 기자가 몇 명쯤 왔는지, 방송 카메라는 몇 대인지 속으로 곱씹고는 하지요.

과기정통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주요 공직자입니다. 유 장관 스스로 장관이라는 체면의식을 밀어내고 직원들에게 성큼 다가서며 소통하는 모습이 많은 직원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준비된 보고와 현황을 살피는 게 아닌, 진솔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보려는 장관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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