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건강'보다 '다사니' 판매가 먼저?⋯서포터즈 거센 비판
펄펄 끓는 북중미⋯지붕 없는 경기장도 있어 우려 확산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피파)이 경기장 내 재사용 물병 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축구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예고된 상황에서 팬들의 기본적인 수분 섭취 권리를 막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피파는 지난 6월 2일 경기장 행동 수칙을 개정해 입장권 소지자들에게 '재사용 물병은 더 이상 2026 월드컵 경기장에 반입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는 얼마 전까지 피파가 안내하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종전 수칙에는 '1L 이하의 비어 있는 투명 재사용 플라스틱 병은 반입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었으나, 개막이 다가오자 입장을 바꿨다.
피파는 물병을 경기장으로 던질 경우 선수와 관중이 다칠 수 있다는 '안전'을 명분으로 들었다. 피파 대변인은 여러 월드컵 경기장이 이미 외부 물병 반입을 금지하고 있어 이를 대회 전체 경기장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회용 생수병은 물론 텀블러나 빈 플라스틱 병도 들고 들어갈 수 없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팬들이 경기장 내부 식수대에서 개인 물병에 물을 받아 마실 수조차 없게 됐다는 점이다. 결국 관중들은 갈증을 풀기 위해 경기장에서 파는 생수를 사야 할 수 있다. 지난여름 클럽 월드컵 당시 피파 경기장의 생수는 한 병당 4~6달러에 팔린 바 있다.
2026 월드컵의 생수 가격과 판매 방식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피파가 코카콜라와 오랜 후원 관계를 맺고 있어 그 생수 브랜드 '다사니(Dasani)'가 경기장에서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후원사 생수 판매를 늘리려는 상업적 계산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영국축구서포터즈연합(FSA)을 비롯한 팬 단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피파가 부풀려진 가격의 생수 판매보다 팬들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며 규정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북중미의 여름 폭염과 맞물려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세계기상기여도분석(World Weather Attribution, WWA) 소속 과학자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총 104경기 가운데 약 26경기가 습구흑구온도(WBGT) 26도를 넘는 환경에서 진행되며, 5경기는 28도마저 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26도는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가 냉각 휴식을 권고하는 기준이고, 28도는 경기 연기를 권고하는 기준이다.
특히 마이애미, 캔자스시티, 이스트러더퍼드(뉴욕 광역권) 등 에어컨이 없는 야외 경기장은 햇빛에 그대로 노출돼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파는 선수 보호를 위해 전후반 각각 한 차례 의무 수분 섭취 시간을 두고, 감독과 교체 선수를 위한 벤치 냉방 시설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관중을 위해서는 경기장 주변에 분무기, 선풍기, 수분 보충대, 냉각 텐트 등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