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민간근무휴직제, 버젓한 그리고 뻔뻔한

입력 2017-03-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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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차장

연초부터 정부 부처 고위 공무원들의 인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과천청사에 자리 잡은 미래창조과학부도 예외는 아닌데요. 국정원 사이버합동대응팀에 담당 공무원을 파견하거나, 파견 나갔던 공무원들이 되돌아오는 등 북적이고 있습니다. 물론 자리를 이동하는 대상자 가운데 말 많고 탈 많은 민간근무휴직자도 존재합니다.

공직자들에게는 ‘민간근무휴직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공무원이 민간 기업에 취업해 근무하는 제도인데요. 기업의 효율적인 경영 기법을 배우고, 이를 실효성 있는 정책 개발로 연결하고자 하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지난해 기준 3 ~ 5급 공무원 약 60명이 휴직제를 통해 대기업을 포함한 민간 기업에 근무 중입니다. 처음 시작이 2002년이었으니 벌써 16년째입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공무원들의 정책현장 적합성과 전문성을 키웠다는 긍정적 평가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일련의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그 사이 약 4년 동안 폐지된 적도 있었지요. 이후 좀처럼 이를 둘러싼 갖가지 우려와 비판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민간근무제가 비위 공무원의 도피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성매매 혐의로 수사를 받고 감사원 징계 요구를 받은 공무원이 민간근무 휴직제를 통해 징계를 회피해 논란이 일기도 했지요. 휴직 기간 동안 민간 기업에서 몇 배의 보수를 더 받거나 해당 기업의 법인카드를 물 쓰듯 사용하는 것도 공직자 윤리를 벗어난 행위로 지적됐습니다.

그뿐인가요. 민간근무휴직제의 가장 큰 병폐는 이 제도가 버젓이 민관유착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애초 8급 공무원까지가 이 제도의 대상이었으나, 현실적으로 고위직의 참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파견 공무원 중 4급 이상이 90%를 넘고, 6급 이하는 전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요. 사실상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공무원이 뻔뻔하게 관련 기업에 몸을 담은 셈입니다.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정치권과 언론까지 꾸준히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부 부처가 추진했던 이 제도를 이제 지자체까지 나서서 도입하는 상황이 됐으니까요.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도 밤잠을 줄여가며 개선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3년간 민간 기업과 관련된 부서에서 근무했던 공무원은 이 ‘민간근무휴직제’에서 제외하고, 복귀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도 2년 동안 관련 부서 배치를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물론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입니다.

부처 공직자들은 퇴직 후 이익관계가 엮여 있는 관련 기업 취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근무휴직제’에는 이 같은 규정이 사실상 없어 공직자와 민간 기업의 끈끈한 정(?)을 앞세워 유착의 고리를 만드는 셈입니다.

이처럼 수많은 비판 속에서 정부가 이 제도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뚜렷합니다. 부처 이기주의가 가득하기 때문이지요. 올해에도 민간근무휴직제도를 이용하는 공직자들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이 제도를 이용하고 그들이 어떻게 근무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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