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김영란법, 꼼수 찾기보다는 취지를…

입력 2016-09-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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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부 차장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틀째입니다. 전날 경찰과 국민권익위 등에 관련법 위반 신고가 몇 차례 접수됐다고 합니다. 서울의 한 구청장이 경로당 회원들을 초청, 관광을 시켜주고 점심을 제공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심지어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건넸다는 신고도 나왔습니다. 이를 제외하면 시행 첫날은 대체로 조용히 지나갔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법 시행을 앞두고 공직자는 물론 대관 및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기업 관계자까지 교육을 받고 세미나를 열기도 했습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숨 가쁘게 쏟아지는 뉴스의 최전방에서, 본지 역시 동일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온라인에는 이미 관련법에 대한 다양한 문의와 답변, 가이드라인 등 갖가지 정보가 차고 넘칩니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새 법안의 틀에서 각자의 해석을 더한 것들이었지요. 정보 대부분은 “이렇게 하면 법에 걸리니 조심하자”입니다.

일찌감치 백화점의 선물세트는 내용물과 크기를 줄이고 가격도 낮췄습니다. 음식점은 메뉴를 바꿨고, 식사 비용을 각자 지불하는 더치페이도 시작됐습니다. 다함께 식사를 마친 뒤 각자의 식사 비용을 계산하고 송금까지 맡아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나왔습니다.

김영란법은 새로운 법이 아닙니다. ‘부패를 법으로 막겠다’는 취지는 이미 수많은 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정권의 핵심 관계자들이 뇌물수수로 검찰 수사를 받거나, 스폰서 검사가 구속되는 마당입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부정한 청탁’이라는 악습을 뿌리 뽑자는 게 이 법의 근본 취지이지요.

안타깝게도 온라인에 넘쳐나는 정보 대부분이 법의 근본 취지는 뒤로한 채 시행령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물론 상당수가 법적인 논리와 근거가 부족한 불확실한 정보들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 포털사이트 유명 블로거는 “이제 제대로 기업을 등쳐먹겠다”며 호언하고 나섰습니다. 육아용품 사용 후기로 이름난 그녀는 스스로 “나는 언론과 관계가 없으니 이제 마음놓고 기업에게 홍보성 게시글에 대한 보답을 받아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합니다. 또 다른 외식업 컨설턴트는 김영란법을 피해갈 갖가지 편법을 앞세워 자신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식사비는 3만 원, 대신 주차비는 5만 원을 받으면 된다”는 그는 심지어 “더 많은 묘수를 알려줄 테니 돈을 내라”고 업주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교원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하도록 한 법안입니다. 접대문화라는 허울 뒤에 숨어 있던, 뇌물수수의 근원이었던 부정한 청탁을 걷어내자는 게 근본 취지입니다. 단순하게 김영란법을 빠져나갈 ‘꼼수’를 찾기보다 ‘정수(精髓)’를 되짚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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