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닮은 꼴 들여다보니… 현대 왕자의 난 결국 계열분리로 마무리

입력 2015-08-05 09:22 수정 2015-08-0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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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갈등의 재벌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15년전 현대가에서 일어난 ‘왕자의 난’과 판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지난달 말 신격호 총괄회장이 해임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그러나 재계는 경영권을 둘러싼 롯데그룹 일가의 갈등은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이보다 앞선 올 초 신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 해임이 계기가 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가의 형제간 갈등도 ‘인사(人事)’에서 비롯됐다. 2000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가신이자 5남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측 인물로 분류된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경질시킨 게 발단이 됐다. 당시 이 전 회장은 고려산업개발 회장으로 인사가 났지만 이를 무시하고 중국 출장을 떠나는 등 현대가 형제 갈등의 기폭제가 됐다.

이번 롯데 사태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불명확한 후계구도도 과거 현대 사례와 닮은꼴이다. 롯데는 신 총괄회장이 93세의 고령임에도 일본은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은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각각 맡게 하고, 자신은 그 위에 제왕적으로 군림했다. 아울러 동주·동빈 형제의 계열사 지분을 비슷하게 갖도록 해 혼란을 부추겼다.

현대가는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2000년 이전부터 업종별로 자녀들이 나눠 맡는 승계작업을 진행했지만, 확실히 매듭을 짓지 못해 형제간 분쟁의 빌미를 제공했다. 특히 적통의 상징인 현대그룹 회장직도 정몽구 단독회장, 정몽구-정몽헌 공동회장 등으로 계속 바뀌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정공, 고(故) 정몽헌 회장은 건설·전자·상선, 정몽준 전 국회의원이 중공업 등을 이끌었다.

창업주가 고령인 상황에서 경영권 다툼이 일어난 점도 유사하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왕자의 난 당시 생존해 있었지만 와병 중이었던 만큼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롯데는 그룹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돌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공개된 동영상에서는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다른 설명을 해 구설에 올랐다. 신 총괄회장은 “둘째 신동빈을 한국롯데회장, 한국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는 대목에서 일본롯데홀딩스로 한국롯데홀딩스로 잘못 말하기도 했다.

앞서 27일에도 신 총괄회장은 롯데홀딩스를 찾아 자신을 제외하고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대표 등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한 후 쓰쿠다 사장에게 “잘 부탁한다”라는 말을 건네는 등 이상 징후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현대가에서 벌어진 왕자의 난은 결국 현대그룹이 쪼개지는 결과를 낳았다.

고(故) 정몽헌 회장은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등 26개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다.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 관련 10개 계열사, 정몽준 의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을 분리해 나갔다. 이 중 2001년 경영악화로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은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으로 인수됐다. 아울러 대북사업 실패 등으로 힘들어한 정몽헌 회장의 자살 이후 현대그룹은 2003년 고인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이어받았다.

계열분리 이후 정몽구 회장은 기아차 인수, 고로사업 진출 등으로 현대차그룹을 키우며 자산규모 100조원이 넘는 재계 서열 2위로 성장시켰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현대오일뱅크 등을 인수하며 규모를 키워 국내 10대 그룹사에 이름을 올렸다.

형제들이 각자의 길로 뿔뿔이 흩어진 이후에도 크고 작은 마찰은 있었다. KCC, 현대중공업 등이 현대상선 경영권을 놓고 현정은 회장 측과 갈등을 겪었고,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격돌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와 유사성을 보이는 이번 롯데 사태도 종국에는 계열 분리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과 반(反) 신동빈 진영의 주장이 엇갈리고, 대립각도 첨예한 만큼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과거 다른 기업들을 봐도 형제간 갈등의 끝은 결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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