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5대 그룹 롯데, 일본선 10대 재벌 축에도 못 끼는 이유

입력 2015-08-03 14:08 수정 2015-08-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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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을 안고 있는 지주회사 롯데홀딩스는 일본 재계에선 10대 재벌 그룹에도 끼지 못한다. 이는 일본 재벌의 특징인 정통성과 함께 그룹 전체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80%가 넘다보니 발생한 현상. 일각에선 일본의 지주회사가 역으로 계열사인 한국 롯데 산하로 재편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재벌(財閥, 일본어 자이바쓰)은 창업주 일가 등에 의한 독점 출자에 의한 자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업 형태로, 중심이 되는 기업이 다양한 산업에 관련된 자회사를 지배하는 체계를 말한다.

에도시대(1603~1867)부터 재벌이 존재해온 일본에서는 시대마다 특정 가문을 중심으로 재벌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하면서 연합군 최고 사령부(GHQ)가 점령책의 하나로 재벌 해체 정책을 시행, 한때 재벌은 해체됐으나 1997년 독점금지법 개정과 함께 부활했다.

일본의 4대 재벌로는 미쓰이·미쓰비시·스미토모·야스다를 꼽을 수 있다. 미쓰이는 에도시대의 상인 미쓰이가 창업한 그룹으로 현재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SMFG)을 중심으로 다양한 업종에 진출해 있다. 미쓰비시는 이와사키 야타로가 설립한 미쓰비시상회가 효시다. 현재 화학, 중공업, 에너지, 금융, 해운, 식품, 유통 등 미쓰비시가 손을 대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스미토모는 스미토모 도모모치가 세운 구리제련 사업에서 출발했다. 400년이 넘은 스미토모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재벌로 통한다. 야스다는 야스다 젠지로가 세운 환전상이 모태다. 금융 쪽에 강점이 있는 만큼 일본에선 금융 재벌로 정평이 나있다. 일본 3대 금융그룹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을 비롯해 야스다부동산,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 손포재팬 등을 산하에 거느리고 있다.

이외에 15대 재벌에는 아유카와, 아사노, 후루카와, 오쿠라, 나카지마, 노무라, 시부사와, 고베가와사키, 리켄콘체른, 닛찌쓰콘체른, 닛소콘체른 등이 포함된다. 이들 중 콘체른은 주로 빈약한 화학산업을 중심으로 발전, 경영면에서는 기존 재벌과 같은 형태를 띠면서 ‘신흥재벌’로 표현되기도 했다.

일본 재벌의 특징은 수백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노포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재벌보다 일본 재벌의 역사가 훨씬 유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은 고 이병철 회장이 1938년 대구에서 설립한 삼성상회가 모태다. 지금은 해체된 옛 현대그룹은 고 정주영 회장이 1946년 세운 현대자동차공업사가 시작이었고, 선경그룹이 전신인 SK그룹은 1939년 일본 자본과 합작으로 설립된 선경직물로 출발했다. LG그룹은 1931년 구인상회가 진주에서 시작했다. 이들 4사의 역사는 각각 77년, 69년, 76년, 84년으로 100년이 채 안된다.

현재 형제간, 부자간 경영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롯데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현재 국내 5대 재벌그룹이다. 하지만 롯데의 설립 역사는 67년. 신격호 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간 지 8년 만인 1948년 껌 사업으로 시작했다. 롯데의 역사는 일본 재벌들에 비하면 신생 기업이나 다름없다. 일본 재벌 순위에 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사업 구조상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의 매출 규모가 산하의 한국 롯데에 비해 미미하다는 것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롯데에 따르면 2014 회계연도 그룹 매출은 전년보다 12% 증가한 6조5000억 엔이었다. 이는 일본에 본사를 둔 비상장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80%로 가장 컸다. 일본은 3000억 엔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롯데의 실적이 일본 롯데를 앞지르면서 역전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현재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으로 성장한 세븐일레븐을 들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1927년 미국 사우스랜드 아이스컴퍼니가 만들었다. 원래 이름은 토템스토어였으나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하면서 이름을 세븐일레븐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1971년 회사가 파산하면서 1973년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던 일본 유통업체 이토요카도가 역으로 세븐일레븐을 인수, 2005년 세븐앤아이홀딩스에 완전 자회사화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무리 한국 롯데의 규모가 일본 롯데를 뛰어넘어도 거미줄처럼 얽힌 롯데의 지배구조상 세븐일레븐의 전철을 밟는다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신격호 회장 일가→일본 인쇄업체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한일 양국 롯데 계열사로 요약된다. 한국 롯데만 놓고 보면 호텔 롯데가 지배구조의 정점이다. 호텔 롯데를 장악하면 한국 롯데 전체를 가져가는 셈이지만 호텔 롯데 역시 최대 주주는 일본 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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