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 유예여부 결정 5개월 앞…시장 개방 놓고 찬반 격돌

입력 2014-04-0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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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화 유예 여부 결정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쌀 시장 개방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1995년부터 20년간 지속돼 온 쌀 관세화 유예조치가 올해 말일자로 만료된다. 정부는 9월까지 관세화 여부를 최종 결정해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결론을 내놓은 상태다. 사실상 쌀에 관세를 붙여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흐름을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쌀은 1994년 UR협상에서 결정된 관세화를 한시적으로 유예한 상태이므로 법률적·현실적으로 현상유지는 불가능하다는 견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과 농민단체들은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의무수입물량도 늘리지 않는 현상유지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면 수입쌀의 진출이 활발해져 밀과 옥수수처럼 곡물메이저가 국내 시장을 장악할 우려가 커져 식량 주권과 농민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농림축산식품부가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의견을 수렴키 위해 ‘쌀 관세화 유예 종료 대응방안 토론회’를 열었지만 이날도 정부와 농민단체는 견해차만 확인했다. 서로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섬에 따라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쌀 시장 개방 문제는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 즉각적인 품목에 대해 일정 기간 관세화를 연기해주기로 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필리핀은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았다. 대신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의 비율을 늘려야만 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 5만1000톤을 시작으로 해마다 늘려 2004년엔 20만5000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했다. 이후 개방화 만료 조치를 앞둔 2004년 미국, 중국 등 9개국과 협상을 진행해 올해까지 쌀 시장 개방을 10년 더 유예했지만 올해 쌀 의무수입량은 40만9000톤으로 늘어났다.

농민들은 현재의 의무수입량을 유지하면서 쌀 관세화 유예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농민단체 측 발표자인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식량주권은 WTO에 우선하는 권리”라며 “식량주권 차원에서 쌀의 추가 개방을 할 수 없음을 분명히 주장하고 다른 나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전문가들은 쌀 관세화 유예 종료는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유예를 계속 받기 위해선 의무수입량을 지금부다 2배는 더 늘려야만 하는데, 이렇게 되면 관세를 부과해 시장을 개방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쌀 시장을 개방해도 국내 쌀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WTO 협정 기준에 따라 정할 관세율을 고려하면 수입쌀에 관세율 200%만 적용해도 국내 쌀 값은 수입쌀보다 2∼3배 비싸지기 때문이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외국 쌀에 관세를 붙여 수입한 가격이 국산 쌀 가격보다 높으면 국내 시장에서 국산 쌀의 경쟁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민단체들은 식량주권을 이유로 3차 유예를 추진 중인 필리핀의 예를 들며 관세화에 반대하고 있지만 관세화를 하더라도 의무수입량을 늘려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주명 주제네바 대표부 공사참사관은 “필리핀은 의무수입물량을 2.3배 늘리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관세화 유예에 사실상 실패했다”면서 “관세화를 통해 의무수입을 2배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우리 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농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입해 쌀 시장 개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장은 “정부가 농민계를 설득할 부분이 있으면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절차를 거쳐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면서 “불가피하게 관세화로 가야한다면 이에 따른 리스크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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