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서울 '속 빈 빌딩 속출' 공포…장기 불황에 입주 기업들 방 뺀다

입력 2012-11-0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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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률 2010년 6%→올해 8%대… 서울 외곽·수도권 지식산업센터 세금감면 혜택에 입주기업 증가

서울지역에 주인을 찾지 못하고 수개월째 방치된 ‘빈 사무실’이 늘고 있다.

기존 입주기업들이 장기 불황으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서울 외곽 또는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 같은 현상은 특히 강남권 중소형 오피스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존 입주기업들의 이탈로 서울 시내 '빈 사무실'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 임대를 알리는 글귀가 붙어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테헤란로 3.3㎡당 임대료 10만~15만원 = 1일 FR인베스트먼트 등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은 공실률이 지난 2010년 6%대에서 2012년 8%대까지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3년간 약 2% 정도 상승한 셈이다.

공실률이 크게 오른 것은 장기 불황 속에서도 임대료가 여전히 비싸기 때문이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권 대로변 기준 평균 사무실 월 임대료는 3.3㎡당 6만~7만원이다. 하지만 테헤란로 등 요지의 경우 10만~15만원까지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통상 165㎡짜리 사무실이면 300만~4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3.3㎡당 3만원대에 이르는 관리비까지 더하면 500만원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의 지식산업센터는 서울 강남에 비해 임대료가 낮을 뿐 아니라, 분양가 역시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또 입주기업에게 취득세의 75%를 감면, 재산세 2년간 50% 감면 등 세제혜택과 다양한 대출 지원이 제공돼 입주기업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판교 테크노밸리나 구로 가산 디지털단지 내 지식산업센터는 강남의 반값에 임대 사무실을 구할 수 있다”며 “그런 지역은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강남에서 강북이나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권도 공실 위험…여의도권은 ‘안정적’ = 을지로·광화문 주변은 상대적으로 강남권에 비해 임대료 수준이 낮은 것이 장점으로 여겨진다. 이 일대 오피스 임대료는 3.3㎡당 3만~5만원대로 165㎡ 기준 150만~250만원 선이다.

다만, 노후된 건물이 많아 임대료 수준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외곽 입지나 지하 등에서 공실률이 상승하고 있다. 강남권처럼 건물 자산가치 상승을 노린 신축이나 리모델링도 흔치 않다.

잡지·인쇄, 영화제작소 등 하향업종의 이탈이 앞으로 계속 심각해진다면 을지로 주변 사무실의 공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또 광화문 주변에는 2005년부터 대규모 오피스텔(광화문시대, 경희궁의아침, 풍림스페이스본 등) 단지가 형성되면서 일시에 공급이 늘었기 때문에 경기 변수에 따라 공실률에 변화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와 마포는 오피스빌딩 임대수익률이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여의도 주변은 IFC몰 호재, 지하철 환승개통 호재와 함께 LG 계열사 이전으로 공실률이 2.7%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마포역~공덕역)지역도 공실률이 4% 미만으로 나타났다. 상암동의 경우 2005년 이후 서서히 건물이 들어서며 형성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직 빈 사무실은 많지만 장기적으로 유입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넉달째 공실인데 임대료는 그대로? = 특이한 점은 강남 오피스의 공실률이 높아진 와중에도 임대료는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오피스 시장에 렌트프리(무상임대) 관행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고 해서 임대료를 낮추면 오피스 거래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피스 매매가 산정시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이 임대수익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 대신 임차인에게 일정 기간 공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는 방법을 택하는데, 이게 바로 렌트프리다.

최근 강남 중소형 오피스시장은 임차인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렌트프리 기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P중개법인 관계자는 “기존 입주기업들은 최신식 중대형 오피스 빌딩이 속속 들어서는 상황에 굳이 낡고 임대료마저 비싼 건물에 남을 이유가 없어졌다”며 “일부 중소형 오피스들이 겪는 공실 공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지금처럼 렌트프리 기간이 점점 늘어나다 보면 임대료도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남 오피스 매매시장은 예전과 다름 없이 불황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동안 현금을 움켜쥐고 있던 법인이나 개인, 비싼 임대료를 내느니 사옥 마련을 택한 일부 기업 등 중소형 빌딩 수요층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중대형 빌딩 역시 유망지역의 오피스를 확보해 임대수익을 챙기려는 부동산펀드·리츠가 매매시장에 가세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매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6년째 강남권 오피스 중개업을 해온 Y씨는 “그동안 부동산 경기 장기 불황에도 강남권 오피스 시장은 매매거래가 꾸준한 편이었다”며 “매매가가 하락하는가 싶으면 주저없이 매입에 나설 만한 기업과 자산가들이 아직도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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