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욱 깊어진 사운드로 돌아온 페퍼톤스… 두 남자가 선사하는 '행운'

입력 2012-04-24 21:49 수정 2012-04-2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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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봄날에 생각나는 듀오 페퍼톤스가 4번째 앨범 '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을 들고 돌아왔다. 2년 5개월 선보이는 이번 앨범에서는 객원보컬 대신 멤버 신재평과 이장원의 담백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햇살 좋은 날, 앨범 발매를 며칠 앞두고 안테나뮤직에서 만난 페퍼톤스는 새롭게 시작하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음악처럼 밝고 경쾌하면서도 새 앨범에 대한 진지한 마음과 열정이 매력적인 두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테나뮤직)

4집 앨범이지만 타이틀이 '비기너스 럭'이란 점이 어쩐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만 찾아오는 특별한 행운'이란 느낌으로 붙여봤다. 여러가지 면에서 데뷔 음반을 내는 기분이다. 매번 앨범 낼 때마다 걱정되고 새로운 뭔가에 도전하는 기분이긴 하지만 이번엔 특히 각별하다.

어떤 점 때문인가. 음악관 자체가 바뀌었다. 그간 내왔던 앨범들은 음악적으로 완벽한 악곡을 만드는 데 치중하고 편곡도 빈틈없이 하고, 보컬도 아름답고 수려한 음색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서로 조화를 이뤄서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완성품이 나왔으면 하고 바랐던 거지. 하지만 이번 음반은 여백이 많다. 완벽하지 않은 음악이지만 그 모습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음악적 색깔을 바꾸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 3집을 만들때도 밴드음악으로 정규반을 꽉 채워보자고 생각했다. 들어주시는 분들의 기대에서 벗어날까 싶어서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지만. 그러나 문득 깨달았다. 작정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지 않으면 평생이 가도 그런 음반을 만들 수 없을 거란 걸. 예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음악을 제대로 각잡고 만들어보자 해서 만들어진게 이번 음반이다.

변화를 시도하면서 혹시 걱정되지는 않았나.왜 안했겠는가. 전작들을 즐겨주셨던 분들에게 이번 앨범이 어떤 식으로 다가갈지 걱정되고, 과연 페퍼톤스 음악처럼 받아들여질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어떻게 반응해주실지 기대되기도 한다.

작년 가을이 되기 전에 4집을 발표한다고 했는데. 욕심같아선 1년에 한 장씩 앨범을 내는 성실한 뮤지션이고 싶은데 이러저러하다보니 계속 성에 안 차서 많이 미뤄졌다. 좋은 노래 한 곡만 더 써서 넣었으면 좋겠다 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이번 앨범 절반 정도는 최근에 쓴 곡들이다. 20곡이 넘었는데 그중 11곡을 골랐다.

페퍼톤스의 음악은 아무래도 햇살이 따스한 봄날에 잘 어울린다. 혹시 일부러 미룬건 아닌가. 사실 아무 생각도 없이 4월에 내는 건 아니다.(웃음) 하지만 가을에도 음반을 내 보고 싶다.

음반을 작업하다보면 힘든점도 있었을텐데. 이번에는 신기한게, 정말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됐다. 사고도 하나도 안 터졌고. 지난 앨범에선 의견 충돌도 있었는데 이번엔 전혀 없었다. 굳이 힘들었던 점을 꼽자면 노래 녹음할 때 우리가 훌륭한 보컬이 아니다보니까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뽑아내기 위해 한 곡을 2~3일씩 녹음해야했던 일. 그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안테나뮤직)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참 생각) 너무 가혹한 질문이다. (신재평) '21세기 어떤 날'이란 곡을 꼽고 싶다. 밴드를 결성한 이래 처음으로 합주로 녹음했다. 일종의 혁명같은 느낌이 들었다. 같이 녹음한 멤버들과 같이 공연도 다닐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 (이장원) 바이킹'이란 곡이 있다. 이번 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지난해 초 보름 동안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막상 도착해서는 술 마시고 노느라 시간을 다 보냈지. 유일하게 열심히 했던 게 매일매일 근처에 바이킹 타러 갔던 일이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짐 싸기 전에 어쩐지 맘이 쓸쓸해져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곡을 썼는데 그게 바로 이 곡이다. 긴 여행을 끝내고 떠나는 밤의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신재평)

앨범 재킷도 제주도에서 촬영했다고 들었는데 제주도가 페퍼톤스에게 특별한 장소인가 보다. 곡 쓰다가 막히면 제주도로 떠나는 편이다. 제주도에서 일한 적도 있고 군대 훈련소도 제주도에 있어서 나에게 익숙한 장소이기도 하고. 1집 앨범 가사는 제주도에서 다 썼다. 뭐랄까… 앨범을 낳는 분만실같은 곳이다. (신재평) 난 맛있는 것을 먹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가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재평이는 가면 우울해하지만. (이장원)

이번 앨범을 음식으로 표현한다면? 평양냉면. 화려했던 장식들이 빠지고 담백한 느낌이다. 장식이 빠진만큼 노랫말과 곡의 정서에 집중할 수 있고. 처음엔 심심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가면 갈수록 진짜배기 맛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앨범이다.

팬들이 참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페퍼톤스에게 팬은 어떤 존재인가. 이번 음반 작업하면서도 큰 힘이 됐다. 매일 작업실에만 있으니까 '이거 만들면 누가 듣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럴 때 기다려주시는 분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 음악을 기다려주시고 들어주신 분들과 함께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전국 클럽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페퍼톤스를 기다리던 팬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 같다. 소극장 정기공연도 생각하고 있고, 페스티벌 등 무대를 가리지 않고 자주 공연하고 싶다.

(안테나뮤직)

재평 씨는 라디오 DJ로 활약했었는데 다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은 없나. 기회가 있으면 꼭 다시 하고 싶다. 얼굴을 맞대로 만나는 건 아니지만 청취자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고 이번 음반에도 그런 정서들이 많이 녹아있다. 착한 이야기,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심야 라디오라는 이해관계로 맞물리지 않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인간과 인간 사이에 대한 신뢰감이 많이 생겼다.

그러고보면 안테나뮤직 식구들이 요즘 브라운관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 유희열 씨라든지 정재형 씨라든지. TV 보면서 뮤지션도 저런 프로그램에 나갈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다. 아무래도 방송에선 조금 미화됐다. (웃음)

벌써 페퍼톤스를 결성한지 9년이나 됐다. 처음 시작할 때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할 거라고 예상했나. 솔직히 이렇게 오래할 거란 생각은 못했다. 경쾌한 음악을 듣고 위로받으면서 우리도 이런 밝고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었지. 미래의 청사진같은걸 그리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운이 좋아서 이렇게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이번 앨범을 들을 많은 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으실거라고 생각한다. 취업을 준비한다든지 결혼을 앞두고 있다든지… 새로운 일들에 거침없이 도전하시고 그 과정에서 행운이 함께하길 바란다. 정성을 다해서 만든 앨범인만큼 진지하게 들어주시면 좋겠다. 수많은 대중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욕심보다는 한 분이라도 깊이 들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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