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지규 “‘봄,눈’ 영재, 현실의 나 모두 아픔을 알기에”

입력 2012-04-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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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이란 기자
고교 시절 앞보다는 뒤에서 등수를 세야 편할 정도로 공부와는 거리가 멀던 학생이 있었다. 좀 놀 던 학생이었을까. 그의 곱상한 외모를 보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충분해 보인다. 대입 시험 점수에 맞춰서 들어간 지방대학교 수학과. 재미가 있을 리 없었다. 무작정 군대를 갔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준비했다. 규칙적인 군대 생활 덕에 몸매가 좀 매끈해졌단다. 친구의 배우 권유에 도전해 볼 요량으로 서울행을 감행한다. 3년 간 수백 번의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내 길이 아닌가 보다”며 포기를 했다. 포기와 함께 기회가 왔다. 단편 ‘핑거프린트’에서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다. 무려 26세 나이에. 작품성을 인정받은 ‘핑거프린트’가 영화제에 초청됐다. 그 곳에서 변영주 감독, 국민배우 안성기와 조우했다. “배우, 참 해볼만 하겠다”란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지금이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배우 임지규의 질풍노도 시기 스토리다.

그는 이름보단 얼굴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독립영화 ‘은하해방전선’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를 통해 ‘독립영화계의 강동원’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예쁘장한 외모를 자랑했다. 물론 연기력도 뛰어났다. 이후 여러 영화에 조-단역으로 출연했고, 2008년 800만 흥행을 기록한 ‘과속스캔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사진 = 고이란 기자
드라마 ‘역전의 여왕’ ‘최고의 사랑’으로 안방극장까지 섭렵한 임지규가 다시 본판인 스크린으로 돌아갔다. 대선배 윤석화가 선택한 24년의 복귀작 ‘봄, 눈’이다. 윤석화의 아들로 촬영 내내 실제 엄마와 아들처럼 돈독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 행복한 시간을 준 ‘봄, 눈’과의 만남이 참 드라마틱했다.

임지규는 “감독님과 같은 교회를 다녀서 친분은 있었다. 시나리오는 3년 전쯤 접했던 것 같다”면서 “참 따뜻한 얘기라 마음에 들었는데, 감정신이 너무 많아서 좀 힘들듯 했다”고 첫 대면을 설명한다.

사실 극중 임지규의 역은 한 유명 배우가 출연하기로 돼 있었다. 임지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윤석화란 대선배와 만날 수 있다면’이란 막연한 상상만 하며 입맛을 다셨다고. 그런데 꿈처럼 그 배역이 돌고 돌아서 자신에게 왔단다.

그는 “너무 얼떨떨했다. 감독님께서 내게 ‘같이 하자’는 말을 전하는데 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나중에 알았지만 회의를 통해 신인 배우가 더 맞을 것 같다는 말이 나왔고 그 대안이 나였다고 하더라”며 쑥스러워했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엄마’ 윤석화와는 재미있는 공통점도 발견했단다. 윤석화의 아들과 자신의 생일이 똑같다며, 윤석화가 친아들처럼 대해줬다고. 촬영이 끝난 지금까지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엄마’ ‘아들’이라며 서로를 부른다고 전했다.

드라마처럼 자신에게 다가온 ‘봄, 눈’이지만 정작 촬영이 시작된 뒤에는 자신의 생각처럼 연기가 되지 않아 너무 괴로웠다는 임지규. 워낙 감정신이 많았고, 뒤늦게 발동이 걸리는 이른바 ‘슬로우 스타터’이기에 초반에는 문자 그대로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

임지규는 “한 번은 이경영 선배님과 감정에 몰입해야 하는 장면을 촬영 중이었는데 너무 뜻대로 되지 않아 미칠 지경이었다. 정말 패닉 상태에 빠져있었다”며 아찔했던 경험을 전했다. 그런 그에게 힘이 돼 준건 ‘엄마’ 윤석화였다.

그는 “‘엄마’가(그는 윤석화를 ‘엄마’라고 불렀다) ‘네 마음이 가는 데로 해’라며 따뜻하게 웃어 주시더라”면서 “그 말을 듣고 정말 거짓말처럼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웃었다.

그럼에도 임지규에게 ‘봄, 눈’은 결코 쉽지 않은 영화였다. 엄마를 떠나보내는 극중 아들 ‘영재’나 현실 속 임지규 자신 모두가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촬영 중간 중간 그 아픔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심적으로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고. 3년 전 여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을 가슴에 묻고 있었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임지규는 “‘봄, 눈’ 자체가 감독님의 실제 얘기다. 사실 가족을 먼저 보낸다는 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알 수 없는 고통이다”면서 “촬영 기간 동안 감독님의 진심과 함께 내 얘기 같다는 혼동이 왔었다. 관객 분들이 영화를 통해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꼭 알아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 쯤 그는 대뜸 혹시 ‘교회 다니냐’는 질문을 해왔다. 인터뷰 내내 차분한 어조와 대화 속에서 ‘기도’란 단어를 자주 사용한 임지규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작품 활동이 없는 기간에는 서울 시내 곳곳 가가호호를 돌며 선교활동을 할 정도로 열정적인 크리스천이란다. 이제는 ‘제법’이라는 단어를 넘어 ‘꽤’ 유명한 배우인데 말이다. 놀라웠다.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돈 벌려고 배우를 선택한 게 아니었다”며 “어떤 걱정을 해주시는지 잘 안다. 처음 소속사에서도 걱정을 했지만 이제는 내 생각을 존중해 주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드라마와 영화 등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유독 유약하고 착한 캐릭터만 도맡아 왔다. 배우로서 욕심나는 캐릭터나 연기가 있을 듯했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임지규는 “한 감독님이 ‘언젠가는 너와 정말 쎈 영화해야 하는데’ 라고 하더라”면서 “분명 다른 이미지의 연기를 해야 할 시기가 올 것 같다. 그런 배역들도 분명 여러 번 들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양 중인데, 그런 뒤에는 꼭 더 좋은 작품이 들어왔다. ‘과속스캔들’ ‘역전의 여왕’ ‘최고의 사랑’ 등이 그랬다. 아직은 ‘착하고 어리바리한’ 배우 임지규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임지규 출연의 영화 '봄, 눈'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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