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름보단 얼굴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독립영화 ‘은하해방전선’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를 통해 ‘독립영화계의 강동원’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예쁘장한 외모를 자랑했다. 물론 연기력도 뛰어났다. 이후 여러 영화에 조-단역으로 출연했고, 2008년 800만 흥행을 기록한 ‘과속스캔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임지규는 “감독님과 같은 교회를 다녀서 친분은 있었다. 시나리오는 3년 전쯤 접했던 것 같다”면서 “참 따뜻한 얘기라 마음에 들었는데, 감정신이 너무 많아서 좀 힘들듯 했다”고 첫 대면을 설명한다.
사실 극중 임지규의 역은 한 유명 배우가 출연하기로 돼 있었다. 임지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윤석화란 대선배와 만날 수 있다면’이란 막연한 상상만 하며 입맛을 다셨다고. 그런데 꿈처럼 그 배역이 돌고 돌아서 자신에게 왔단다.
그는 “너무 얼떨떨했다. 감독님께서 내게 ‘같이 하자’는 말을 전하는데 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나중에 알았지만 회의를 통해 신인 배우가 더 맞을 것 같다는 말이 나왔고 그 대안이 나였다고 하더라”며 쑥스러워했다.
드라마처럼 자신에게 다가온 ‘봄, 눈’이지만 정작 촬영이 시작된 뒤에는 자신의 생각처럼 연기가 되지 않아 너무 괴로웠다는 임지규. 워낙 감정신이 많았고, 뒤늦게 발동이 걸리는 이른바 ‘슬로우 스타터’이기에 초반에는 문자 그대로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
임지규는 “한 번은 이경영 선배님과 감정에 몰입해야 하는 장면을 촬영 중이었는데 너무 뜻대로 되지 않아 미칠 지경이었다. 정말 패닉 상태에 빠져있었다”며 아찔했던 경험을 전했다. 그런 그에게 힘이 돼 준건 ‘엄마’ 윤석화였다.
그는 “‘엄마’가(그는 윤석화를 ‘엄마’라고 불렀다) ‘네 마음이 가는 데로 해’라며 따뜻하게 웃어 주시더라”면서 “그 말을 듣고 정말 거짓말처럼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웃었다.
그럼에도 임지규에게 ‘봄, 눈’은 결코 쉽지 않은 영화였다. 엄마를 떠나보내는 극중 아들 ‘영재’나 현실 속 임지규 자신 모두가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촬영 중간 중간 그 아픔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심적으로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고. 3년 전 여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을 가슴에 묻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 쯤 그는 대뜸 혹시 ‘교회 다니냐’는 질문을 해왔다. 인터뷰 내내 차분한 어조와 대화 속에서 ‘기도’란 단어를 자주 사용한 임지규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작품 활동이 없는 기간에는 서울 시내 곳곳 가가호호를 돌며 선교활동을 할 정도로 열정적인 크리스천이란다. 이제는 ‘제법’이라는 단어를 넘어 ‘꽤’ 유명한 배우인데 말이다. 놀라웠다.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돈 벌려고 배우를 선택한 게 아니었다”며 “어떤 걱정을 해주시는지 잘 안다. 처음 소속사에서도 걱정을 했지만 이제는 내 생각을 존중해 주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드라마와 영화 등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유독 유약하고 착한 캐릭터만 도맡아 왔다. 배우로서 욕심나는 캐릭터나 연기가 있을 듯했다.
임지규 출연의 영화 '봄, 눈'은 오는 2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