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나홀로 음주, 뭐가 그리 힘들어서…

입력 2012-03-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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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환자 75% "혼자 즐겨 마셔"…’수면장애→손떨림→환청’약물·심리치료 병행해야

# 50대 김모씨는 요즘 소주 한 두병이라도 꼭 마셔야 잠자리에 들수 있다. 하루라도 술을 안마시면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은 것 같아 허전하다. 처음에는 일주일이었던 횟수가 시간이 흐를수록 잦아졌고, 양도 점점 늘어났다.

# 두 아이의 엄마인 가정주부 이모 씨는 남편과 아이들을 출근, 등교 시키는 바쁜 아침이 지나고 나면 맥주 한 두 캔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푼다. 무료함과 가사스트레스에 마신 술은 처음에는 기분이 좋아지지만 얼마 지나면 허무함과 우울감이 밀려와 더 마시게 된 적도 많다.

최근 경기불황에 따른 취업난이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혼자 술마시는 이들이 늘고 있다. 때로는 잠이 오지 않아, 혹은 반주 삼아 홀로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혼자 술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은 알코올 의존증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혼자 술을 마시면 여럿이 대화를 나누며 마실 때보다 안주를 거르고, 빠르게 많이 마시게 되기 때문이다.

◇알코올의존 상담환자 4명 중 3명 ‘혼자 마시는 술이 좋아’ =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가 최근 5년간 알코올 의존 상담환자 288명을 인터뷰 조사한 결과, 알코올 중독 의심 환자 75.4%가 ‘평소 혼자 술 마시는 것을 즐겨한다’고 답했다. 특히 이 중 여성의 비율이 82.3%로 남성 75%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사회적 활동이 왕성하고 대인관계도 활발해야 할 나이인 20~40대도 54.9%나 됐다. 이수정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이수정 센터장(정신과 교수)는 “실제 과거에 비해 여성의 알코올 의존증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발병연령도 더욱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의존증은 술을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마심으로써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기능을 해치는 만성적 행동장애다. 주로 병적인 음주 양상이거나 음주로 인한 사회적·직업적 기능 장애가 있을 경우, 내성이나 금단 증상이 있을 경우를 말한다.

병적인 음주 양상은 매일 음주를 해야 하거나, 절주·단주를 할 수 없는 상태, 폭음으로 최소한 이틀 이상 취해 있는 경우 등을 가리킨다. 사회적·직업적 기능 장애란 취중 폭력 행사나 교통사고, 음주로 인한 잦은 결근, 주변인들과의 불화나 어려움, 경제적 궁핍 등을 겪는 경우를 말한다.

원인은 다른 정신 질환과 마찬가지로 한가지로 설명될 수는 없다. 심리사회적, 유전적, 행동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가족이나 친척 중 의존증 환자가 있는 경우, 술친구가 많다거나 술을 구하기 쉬운 생활여건에 있는 경우, 자존감이 부족하고 의존성이 강한 성격인 경우, 기타 스트레스 요인(이혼·별거·실직·가난 등)이 많은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스트레스를 해소나 괴로움을 잊기 위한 방법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알코올의존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적극적 치료의지 중요…평소 음주관리해야 = 알코올의존증의 신체적인 증상으로는 초기에는 수면질 저하가 나타나고 이후 손떨림과 발한이 생기며 말기에 이르러서는 환청, 환시까지 나타난다. 또 과다음주로 직접적으로 간질환의 유발됨은 물론 심근경색증·고혈압·부정맥·뇌졸중 등 심혈관계질환의 원인이 되며 당뇨병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치료를 위한 약물로는 항갈망제류가 주로 사용된다. 대뇌보상회로에 작용해 알코올에 대한 욕구와 알코올 섭취에서 오는 쾌감을 줄여 단주 유지를 돕는다. 하지만 이보다 심리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알코올 의존증은 신체적·심리적 의존을 모두 일으키기 때문이다. 여기엔 본인의‘치료의지’와 함께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수정 센터장은 “환자가 단주를 하는 동안 주 의존대상인 ‘술’을 대신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가족, 병원, 주변 친지들의 지지(연결망)가 중요하다”며 “환자를 가르치려들거나 치료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질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격려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알코올의존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적절한 음주 관리가 중요하다. 반주 삼아 한 두잔 술을 가볍게 여기고, 사회 생활과 대인관계의 필수적인 요소로 ‘술’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 자체가 알코올 의존에 대한 위험성을 부추길 수 있다.

심재종 다사랑중앙병원 원장은 “가급적이면 1주일에 3회 이상의 술자리는 피해야 하며, 일반적으로 음주 후 간기능이 회복되는 시간이 72시간 정도 이므로 한 번 술자리 후 3일간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며 “부득이하게 술을 마셔야 할 경우는 약한 술에서 독한 술의 순서로 마셔야 하며 술을 마신 후에는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Tip. 알코올의존증 자가진단법

*4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알코올 의존상태

① 자기 연민에 잘 빠지며 술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

② 혼자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③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술을 마신다.

④ 취기가 오르면 술을 계속 마시고 싶은 생각이

지배적이다.

⑤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을 거의 참을 수가 없다.

⑥ 최근에 취중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2회/6개월 이상)

⑦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술이 해로웠다고 느낀다.

⑧ 술로 인해 직장일에 상당한 지장이 있다.

⑨ 술로 인해 배우자 (보호자)가 나를 떠났거나 떠난다고 위협한다.

⑩ 술이 깨면 진땀, 손떨림, 불안이나 좌절 혹은 불면을 경험한다.

⑪ 술이 깨면서 공포(섬망)나 몸이 심하게 떨리는 것을 경험하거나 혹은 헛것을 보거나 헛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⑫ 술로 인해 생긴 문제로 치료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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