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도시 된 세종시 "이사요? 말도 못 꺼냈어요"

입력 2012-03-06 15:48 수정 2012-03-0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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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인사이드]자녀 교육 때문에 혼자 이삿짐 꾸려…중앙부처 공무원들, 깊어지는 한숨소리

“공무원이 된 후 처음으로 가족과 헤어지게 됐습니다. 어떻게 지내야 할지 걱정입니다.”“서울에 거처를 둔 ‘세종 기러기’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족을 서울에 두고 나홀로 세종시로 가야 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이 때문에 요즘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사 이전이 올해 부터 본격화되면서 이삿짐을 꾸려야 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출퇴근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왕복 4시간 걸리는 거리를 매일 출퇴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 따라서 과천청사 공무원들은 세종시에 거처를 마련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일부 공무원들의 경우 가족과 함께 이사 가는 것도 고려해 보았지만 자녀교육에 발목이 잡혔다.

지경부의 A 과장은 “부인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아들(16), 딸(13) 교육문제로 세종시로 같이 가자고 말도 꺼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현재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자녀들을 둔 동료들은 가족이 함께 세종시로 내려가는 것을 포기하거나 가더라도 조치원이나 대전으로 옮기려는 사람이 많다”며“중·고등학생의 경우 1, 2년만 학업 지장이 생겨도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또“세종시로 간다는 게 실감이 든 것은 지난해 말 구체적인 부처별 이전 계획이 나온 이후”라며 “이제야 주말 가족이 된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B 과장 역시 “아이들의 교육문제 때문에 혼자서 가기로 마음을 먹고 있다.”며“혼자서 어떻게 의식주를 해결할 지, 퇴근 후 시간은 어떻게 보낼지가 걱정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는“어쩌다 일찍 퇴근하더라도 텅 빈 집에 가기는 싫을 것 같다”며“세종시로 가는 공무원 모두가 감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생활비 이중 부담도 큰 걱정꺼리다.

정부는 올해 공무원 수당 인상을 통해 세종시 이주 공무원에게 추가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당 규모와 지급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연간 최고 240만원의 지방이전 수당을 지급하는 공공기관의 지원 방안을 중앙부처 공무원에도 적용하면 한 달에 최고 20만원의 수당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에 혼자 내려가는 공무원들은 이 정도 수당으로는 한 달 생활비로 턱없이 부족하다며 평소보다 40만~50만원 가량 더 들게 가게 생겼다고 울상이다.

과천 한 부처의 C사무관은 “혼자 살려는 공무원들은 대부분 오피스텔이나 다가구주택 월세를 구하려고 하는데, 월세가 60만원 이상 하고 가끔 서울로 왕래하려면 교통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며 정부의 지원 방안에 불만을 토로했다.

일과 사생활이 구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걱정이다. D 사무관은 “직장 상사와 퇴근 후 공원, 마트에서 자주 마주치는 것은 누구라도 달갑지 않다”며 “도시 특성상 공무원들이 집단으로 몰려 살게 되면서 나타나는 특수한 상황”을 우려했다.

이와 함께 아직까지 집을 못 구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F국장은 얼마 전 세종시에 아파트 분양을 신청했지만 당첨되지 않아 당장 집부터 구해야 할 형편이다. 주변에서 세종시에 분양을 받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쓰린다.

그는 “세종시에는 전셋집·원룸도 부족해 인근의 충북 오송이나 대전 유성 쪽을 알아 볼 생각”이라며 “국장급들은 대부분 혼자 내려가는데 친한 사람들끼리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집 얻어서 같이 살자’고 이야기하곤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모든 공무원이 세종시 이전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과천청사도 거주·교육 여건이 좋고 발전 속도도 상대적으로 빨랐다며 정부 부처가 대거 이전할 예정인 세종시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G 주무관은 “세종시로 갈 생각을 하면 가장 걱정되는 건 아이들 교육”이라며 “세종시가 계획도시니까 5∼10년 지나면 생활여건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H 사무관은 “선배 세대들은 신도시, 조합주택 등의 기회를 활용해 집을 장만했다지만 지금 새내기 공무원에게 수억원이 넘는 서울시내 아파트 장만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세종시 아파트 분양가는 3.3m²당 800만원 안팎으로 웬만한 서울 전세금보다 싸다. 앞으로 분양 물량이 충분해 집을 장만하는데 서울보다는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I 국장은 “세종시 이전으로 공직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개인과 조직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세종시가 쾌적한 환경을 가진 첨단도시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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