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재해 판결 기사를 쓰면 유족들에게서 종종 메일이 오곤 한다. 가족이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사건번호를 묻거나, 해당 판결을 진행 중인 소송에 참고할 수 있을지 문의한다. 가족의 죽음이 일터에서 비롯됐음을 인정받기 위해 법정 싸움을 이어가는 이들이다.
8월 취재한 공무원 순직 사건이 떠오른다. 숨진 공무원은 야간과 주말에도 수시로 현장을 오갔지만, 공식 초과근무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다. 유족은 실제 근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관계자들을 일일이 수소문해야 했다. 이미 광주, 대전 등 전국 각지로 흩어진 현장소장과 전기기사 등에게 연락해 진술을 요청하고, 법정 출석이 어려운 이들에게 서면 진술을 부탁했다.
유족 측을 대리해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약 2년간 소송을 진행하면서 객관적 증거가 부족해 패소를 예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법원은 어렵게 확보한 진술과 여러 간접적인 자료를 종합해 고인의 과로를 인정했다. 일반 노동자의 산재 사건과는 조금 다른 공무원 순직 인정 사건이지만, 남겨진 가족에게 주어진 과제는 같다. 고인의 죽음이 일터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 말이다.
문제는 이처럼 자료가 부족할 때 그 부담을 누가 감당하느냐다. 최근 보도한 림프종 산재 인정 사건에서도 비슷한 의문이 남았다. 근로복지공단은 발전소 등에서 장기간 일하다 숨진 일용직 노동자의 사망을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공단이 업무 관련성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산재를 인정했다. 유해물질 노출 자료가 부족한 데에는 공단의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산재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공단이 산재 인정 여부가 불분명한 사건에서는 일단 유족급여 불승인 처분을 내리고, 이의가 있다면 법원에서 다투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판단이 어려운 사건일수록 공단이 적극적으로 살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부담을 노동자와 유족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물론 모든 불승인 처분이 부당한 것은 아니다.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일은 복잡하고, 유족급여가 부당하게 청구되거나 제도가 오남용될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실제 법원에서도 산재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 역시 나온다. 그렇다고 법원에서 뒤집히는 불승인 처분들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근로복지공단의 ‘2025년도 소송상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단의 산재 관련 행정소송 패소율은 23%로 최근 6년 사이 가장 높았다. 패소 사유의 절반가량은 법령 해석에 대한 견해 차이였다. 공단과 법원 사이에 존재하는 판단의 간극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산재보험은 업무상 재해를 입은 노동자와 유족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험이다. 심사기관이 기록에 드러나지 않은 노동까지 살피고, 필요한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법원에서 인정한 여러 사정이 처음부터 충분히 검토됐다면 유족들의 긴 소송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의 목적이 노동자와 유족을 보호하는 데 있다면, 그 권리를 인정받는 과정 역시 보호의 취지에 부합해야 한다. 가족을 잃은 이들이 고인의 죽음이 일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 법정에서 다시 힘겨운 싸움을 치러야 하는 현실이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