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가 좋아 물소 24마리를 들였다”…두 창업자의 ‘국내 첫 물소농장’ 도전기 [사장님 레벨업]

입력 2026-10-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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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부와 3년 소통…뉴질랜드서 물소 24마리 들여와
롯데백화점 첫 팝업 계기로 패키지·용량·판매 방식 개선
내년 상반기 치즈 출시 목표…“한국 대표 유제품 기업 꿈꿔”

처음부터 사장님인 사람은 없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내 이름을 건 상품을 만들고, 가게 문을 열기까지 저마다 사연이 있다. 하지만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과 고객에게 선택받는 일은 다르다. 혼자 힘으로 넘기 어려운 벽 앞에서 이들은 그 다음 걸음을 고민한다. 기업과의 만남은 그 벽을 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작은 브랜드 제품에 유통사 경험이 더해지고 조그만 가게가 전국의 고객을 만난다. ‘사장님 레벨업’은 기업과의 만남을 발판 삼아 사업을 키운 이들의 기록이다. 한계를 넘어 협업으로 새 길을 연 사장님들의 다음 레벨을 따라가 본다.

▲김민준(오른쪽), 전희영 까망목장 대표가 5일 경기 여주시 까망목장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김민준(오른쪽), 전희영 까망목장 대표가 5일 경기 여주시 까망목장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치즈를 좋아하던 두 사람이 이탈리안 물소 24마리를 한국으로 데려왔다. 김민준·전희영 까망목장 대표다. 사육 경험도 국내에서 참고할 선례도 없었다. 한국과 뉴질랜드 정부와 약 3년간 소통한 끝에야 수입 길이 열렸다.

그러나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품질만큼은 자신이 있었지만 낯선 물소 유제품을 어떻게 알리고 팔아야 할지는 막막했다. 그 간극을 메워준 것이 롯데백화점 ‘L-LAB’ 사업이었다. 첫 팝업에서 소비자의 반응을 눈앞에서 확인하고 백화점의 조언을 받아 용량과 가격, 상품 구성을 다듬고 있다. 물소를 들여오기까지 약 3년. 이제 두 사람은 직접 만든 제품을 파는 법을 한 걸음씩 익혀가고 있다.

치즈를 좋아하던 두 사람, 국내 첫 물소 목장주가 되다

최근 경기 여주시 까망목장에서 만난 두 대표는 치즈에 대한 애정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직접 만들어 먹고 다양한 제품을 찾아 여행도 다녔다. 그렇게 방문한 뉴질랜드 목장에서 한국에서 물소를 키워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김 대표는 “뉴질랜드도 후계농 찾기가 쉽지 않은데 치즈에 대한 우리의 진심을 알아봐주셨는지 목장주가 한국에서 물소 목장을 운영해볼 것을 제안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한국에 물소를 들여와 세계적 상품인 물소 치즈를 만들 수 있을까 싶어 기회를 잡았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두 사람은 이탈리안 물소 원유로 국내에서 새로운 유제품을 선보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물소 원유는 일반 젖소 우유보다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높아 고급 치즈의 원료로 쓰인다. 하지만 젖소 대부분이 홀스타인인 국내 낙농 환경에서 물소 사육과 가공은 낯선 일이었다. 첫걸음부터 쉽지 않았다. 국내에 선례가 없어 물소를 들여올 절차부터 마련해야 했다. 전 대표는 “선례가 없어 국가 간 협약이 필요했다”며 “저희가 한국과 뉴질랜드 정부와 직접 소통하며 약 3년간의 소통 끝에 협약을 맺는 성과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관세사인 전 대표는 통관과 검역을 직접 챙겼다.

오랜 준비 끝에 2024년 5월 물소 24마리가 전세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전 대표는 “뉴질랜드가 동물복지법이 강해 전세기를 빌려 항공운송으로 2024년 5월 물소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여왔다”며 “양국 검역 절차까지 마쳐 여주 목장에 온 것은 그해 6월이었다”고 회상했다.

물소를 데려온 뒤에도 배울 일은 많았다. 목장 운영 경험이 없던 두 사람에게 경기도 축산진흥센터와 한국종축개량협회, 서울대·경북대 연구진 등이 도움을 줬다. 주변 이웃과 낙농업 선배들도 힘을 보탰다. 두 대표는 “목장 경험이 전무했던 저희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경기도 축산진흥센터를 비롯해 한국종축개량협회 등 정부기관 및 협회는 물론 서울대·경북대 연구진, 주변 이웃과 낙농업 선배분들의 도움이 컸다”며 “계속해서 잘 키워나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처음 만들려던 것은 치즈였지만 먼저 완성한 제품은 카이막이었다. 김 대표는 “치즈 제조 자체가 복잡한 데다 물소 치즈는 일반 젖소 우유 치즈와도 제조법이 달라 카이막 개발이 먼저 끝났다”며 “뉴질랜드 목장주가 현지서도 치즈 장인인데 내년에 한국으로 와서 개발에 도움을 줄 예정이라 이르면 내년 상반기 치즈 출시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업계, 학계에서도 물소는 낯선 종이라 현지 목장주와도 수시로 소통한다”고 덧붙였다.

전 대표는 “튀르키예에서도 물소로 카이막을 만드는데 현지서도 100% 물소 원유로 만드는 곳은 흔치 않을 것”이라며 “보통 수율을 위해 전분, 생크림 등을 섞는데 저희는 원유 100% 카이막 제품이라는 점에서 품질과 맛에서 모두 자부심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민준 까망목장 대표가 5일 경기 여주시 까망목장에서 물소를 돌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김민준 까망목장 대표가 5일 경기 여주시 까망목장에서 물소를 돌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첫 롯데백화점 팝업에서 배운 ‘파는 법’…수출로 넓어진 꿈

제품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고객에게 어떻게 알리고 팔아야 할지는 막막했다. 김 대표는 “좋은 상품을 만드는 데는 자신 있지만 시장에 어떻게 보다 경쟁력 있고 가치 있는 상품으로 보이게 할지에 대해선 부족한 게 많다”며 “때마침 경기도의 판로 지원 사업을 계기로 롯데백화점 L-LAB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게 그 간극을 메우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까망목장이 참여한 ‘L-LAB 상품개발 지원사업’은 롯데백화점 공정거래팀과 경기도가 협업하는 동반성장 프로그램이다. 파트너사의 상품 개발과 기획·디자인·유통 등에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물소 사육과 제품 개발에 집중해온 두 사람에게 소비자를 만나고 상품을 다듬을 기회가 생겼다. 두달 전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에서 일주일간 진행한 첫 팝업에서는 현장 판매를 준비하는 일부터 새로웠다. 온라인으로 판매할 때와 달리 고객이 제품을 맛보고 건네는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부분을 좋아하고 무엇을 개선하길 원하는지 알게 되면서 판매 전략도 달라졌다.

전 대표는 “온라인과 달리 현장 판매 자체를 준비하는 일도 새로웠고 현장에서 제품을 맛본 소비자들이 어떤 부분을 좋게 보고 무엇을 개선하길 바라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며 “오프라인에 보다 집중해보자는 방향을 정한 계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까망목장은 연말까지 롯데백화점에서 추가 팝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고객 반응과 유통사의 조언은 새로운 상품 구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던 두 사람은 고객이 구매하기 편한 용량과 가격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담당 팀에서 제품 용량, 가격 피드백도 주시고 롯데백화점 팝업 등에서만 특별하게 선보이는 ‘꿀·카이막’ 세트 구성 상품 등도 준비하고 있다”며 “용량과 가격을 낮춰 접근성을 높인 카이막 제품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에서 처음 판매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판매 기회만큼 두 사람에게 힘이 된 것은 제품을 함께 고민해주는 바이어의 태도였다. 두 대표는 “모든 과정에서 담당 바이어의 진심이 느껴져 좋았고 팝업으로 홍보가 되면서 온라인 매출도 늘었다. 브랜딩이나 홍보의 중요성이 실감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직접 고객을 만난 경험은 판로 지원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계기도 됐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판로 개척이 쉽지 않다”며 “홍보와 팝업처럼 소비자를 만날 기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 지원 등도 기술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으로 확대돼 더 많은 사업자분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판로를 넓히는 동시에 생산 기반을 다지는 일도 과제다. 김 대표는 “현재 우선 물소를 잘 번식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충분한 공급을 위해서도 목장이 커져야 하는데 이는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고 짚었다. 까망목장은 현재 서울에 있는 제조시설을 목장 인근으로 이전해 설비를 보완할 계획이다. 원유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만큼 당장은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 물소 유제품뿐 아니라 홀스타인 우유로 만든 그릭요거트 ‘요하트’도 판매하고 있다.

치즈를 맛보러 여행을 다니던 두 사람의 다음 목표는 직접 만든 유제품의 해외 진출이다. 두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물소 카이막, 치즈뿐만 아니라 홀스타인·저지 등 다양한 원유를 활용한 유제품으로 상품군을 넓혀 한국을 유제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김민준(오른쪽), 전희영 까망목장 대표가 5일 경기 여주시 까망목장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김민준(오른쪽), 전희영 까망목장 대표가 5일 경기 여주시 까망목장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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