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없이 뛰었습니다.”
민선 9기 부산 강서구청장 취임 100일을 20여일 앞둔 박상준 구청장은 추석 인터뷰에서 지난시간을 이렇게 압축했다. 간담회와 면담, 현장 방문을 이어가며 공약 이행 방안을 찾느라 하루를 쪼개 썼다고 했다.
3선 구의원 출신인 박 구청장에게 지난 80여일은 단순히 행정 수장이 된 시간이 아니었다. 집행부를 견제하던 자리에서 구정의 최종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로 옮겨오면서 행정의 무게와 책임을 동시에 체감한 시간이었다.
박 구청장은 “구의원일 때는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이었다면 구청장이 되고 나니 일이 10배는 더 많은 것 같다”며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심도 있게 결정해야 할 일이 많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을 더욱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속도를 내겠다”면서도 “강서의 미래를 바꾸는 일은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각의 사업을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강서 전체의 균형발전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지국제신도시와 에코델타시티, 산업단지 등 도시 기능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지만 이를 연결하는 교통망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판단이다.
버스 노선을 개선하고 광역교통 대책을 강화해 단순히 도로를 늘리는 것을 넘어 강서의 이동 흐름 자체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구청 이전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한다.
청사 이전 용역을 통해 입지를 검토하고 의회 절차를 거쳐 이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구청 이전을 단순한 청사 신축이나 이전 사업으로 보지 않았다.
“구청 이전은 단순히 청사를 옮기는 사업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행정과 생활권의 변화에 맞춰 강서의 새로운 중심을 만드는 문제입니다.”
명지와 산업단지의 성장 과정에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분기별 협의체를 구성하고 양해각서(MOU) 등을 통해 개발 현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방식이다.
에코델타시티에는 대학과 기업을 연결하는 산학융합 기반을 만들고 있다. 동아대학교 단과대학 유치 등을 추진하면서 기업 유치를 활성화해 ‘기업하기 좋은 강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행정 조직도 손본다. 교통과 일자리·경제, 구청 이전, 해양혁신지구 등 흩어져 있는 현안을 하나의 미래전략으로 묶어 추진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각각의 현안을 따로 관리하기보다 미래혁신이라는 큰 틀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려 한다”며 “추진력이 붙을 수 있도록 행정 구조부터 정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그리는 강서는 단순히 대규모 개발사업이 집중되는 도시가 아니다. 주거와 산업, 교육, 의료가 연결되는 자족도시가 그의 목표다.
이를 위해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하나의 참고 모델로 꼽았다.
“송도와 강서는 개발 방식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기업과 행정이 함께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부분은 참고할 수 있습니다.”
송도와의 자매도시 결연과 교류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강서를 부산의 ‘메가시티 중심’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 청사진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과정이다.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있는 박 구청장 앞에는 개발과 성장의 과제만 놓인 것이 아니다. 강서의 미래상을 둘러싼 가장 첨예한 갈등 현안인 생곡이 기다리고 있다.

부산시가 생곡 자원순환복합타운 재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강서구와 부산시의 갈등은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박 구청장은 최근 사업 중단과 명지소각장 폐쇄, 주민 참여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구청장은 “강서구는 이미 부산시 전체를 위한 환경기초시설을 수십 년 동안 감당해 왔다”며 “쓰레기매립장, 하수처리장, 음식물자원화시설 등이 집중돼 있는데 또 대규모 소각시설을 강서에 설치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가 문제 삼는 것은 소각장 하나의 입지가 아니다.
강서가 부산의 개발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광역 환경시설까지 계속 떠안아야 하느냐는 문제다.
특히 명지국제신도시와 에코델타시티가 들어서면서 과거의 강서와 현재의 강서는 도시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 박 구청장의 주장이다.
“과거에는 생곡이 도시 외곽으로 인식됐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많은 주민이 살고 있고 앞으로도 인구가 계속 유입될 지역입니다. 도시가 달라졌다면 정책도 달라져야 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발생지 처리’와 ‘분산처리’다.
“부산 전체의 폐기물 처리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부산 전체의 문제를 특정 지역에 계속 떠넘기는 방식은 바뀌어야 합니다.”
16개 구·군이 폐기물 처리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이 필요하다면 입지 선정 과정부터 주민이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하다. 기존 시설의 효율 개선과 폐기물 감량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구청장은 “시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먼저 내리고 주민들에게 받아들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지, 어디에 설치하는 것이 적절한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부터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주민의 ‘알 권리’를 거듭 강조하는 이유다. 최근 주민설명회에도 직접 참석해 생곡 문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갈등을 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갈등을 키우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주민들이 알아야 할 것은 알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한 것은 정면으로 논의하겠습니다.”
부산시와의 소통 가능성까지 닫아둔 것은 아니다.
박 구청장은 김도읍 국회의원과 전재수 부산시장의 직접적인 토론과 소통을 언급하며 “강서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면 여야나 정치적 입장을 떠나 서로 만나야 한다”고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미력이나마 돕겠습니다.”
국민의 힘 기초단체장들이 운영하던 낙동강 협의체에 관한 질문에 박 구청장은 광역 현안 부분에서 중요한 부분이라 동의하며 다음과 같은 안건을 던졌다.
“낙동강은 단순한 체육이나 관광의 문제가 아닙니다. 식수와 수질이 가장 중요합니다. 낙동강을 공유하는 지자체들이 수질과 식수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박 구청장이 말하는 강서의 미래는 ‘얼마나 많이 개발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교통망을 깔고 기업을 유치하고 대학과 의료시설을 끌어오는 것만으로 자족도시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시설을 받아들이고, 환경 문제의 부담을 나누며, 행정과 주민이 도시의 방향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가 함께 따라붙는다.
취임 100일은 그 출발점이다.
박 구청장은 “단기적인 성과는 분명히 내고 중장기적인 발전 방안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강서의 균형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는 강서에서 이제 필요한 것은 속도만이 아니다.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이다.
생곡은 그 방향을 시험하는 첫 번째 큰 시험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