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1만TEU급 컨선 8척 잇단 수주…영도조선소 ‘대형선 전략’ 본궤도

입력 2026-09-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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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0TEU급 4척 추가 수주…올해만 6789억원 규모 8척 확보

▲HJ중공업이 건조한 동급 컨테이너선 (사진제공=HJ중공업)
▲HJ중공업이 건조한 동급 컨테이너선 (사진제공=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가 대형 컨테이너선을 본격적으로 찍어낼 기반을 갖췄다.

HJ중공업이 1만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한꺼번에 추가 수주하면서 올해 확보한 동일 선종 물량이 8척으로 늘었다. 한두 척을 따내는 수주 실적을 넘어 설계부터 자재조달, 생산까지 반복건조가 가능한 규모의 일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선업계의 경쟁이 단순히 선박을 수주하는 단계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반복 생산하느냐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영도조선소가 대형 컨테이너선을 새로운 전략 선종으로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HJ중공업은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총 6789억원 규모의 1만1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월 영도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첫 1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데 이어 4월 2척을 추가한 데 이은 추가 계약이다.

이번 계약까지 합치면 HJ중공업이 올해 확보한 1만TEU급 컨테이너선은 모두 8척이다.

핵심은 ‘8척’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같은 선종과 선형을 연속적으로 건조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갖췄다는 데 있다.

한 척의 수주가 ‘전략 선종’으로 바뀌었다

HJ중공업이 1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전략 선종으로 개발한 배경에는 영도조선소의 생산 여건이 있다.

1만TEU급은 영도조선소 도크에서 건조할 수 있는 최대급 선형이다. 그동안 중소형 선박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온 영도조선소가 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으로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사실상 최대 선형인 셈이다.

이번 수주는 이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계약은 기존에 HJ중공업에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던 선주가 다시 발주한 재수주다.

조선업에서 재수주는 의미가 다르다.

선박은 발주 이후 설계와 자재조달, 건조를 거쳐 인도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 선주의 입장에서는 가격만으로 조선소를 선택하기 어렵다.

납기와 품질, 건조 과정에서의 대응 능력까지 확인한 뒤 다시 발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HJ중공업 입장에서는 기존 건조 선박의 품질과 건조 역량을 인정받은 뒤 추가 수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시장 신뢰를 확인한 셈이다.

‘반복건조’가 경쟁력을 만든다

이번 수주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대목은 동일 선형 8척이다.

조선업에서 동일 선형을 반복적으로 건조하면 설계와 생산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자재 발주와 조달 체계를 표준화하고 작업자의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 생산계획을 안정적으로 짤 수 있고 공정 관리 역시 정교해진다.

결국 한 척을 건조할 때보다 여러 척을 연속 건조할수록 생산 효율을 높이고 원가를 낮출 여지가 커진다.

HJ중공업이 이번 8척 확보를 단순한 수주 잔고 증가 이상의 의미로 보는 이유다.

‘수주→건조→인도’의 개별 프로젝트를 ‘동일 선형 반복생산’ 체제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도조선소의 경쟁력에도 직접 연결된다.

대형 조선소들과 단순히 선박 크기로 경쟁하기보다 영도조선소가 건조할 수 있는 선형 가운데 시장성이 높은 선종을 선택하고, 이를 반복 생산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대형선도 ‘친환경’이 기준

선박의 사양도 시장 변화에 맞췄다.

HJ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1만100TEU급 컨테이너선은 최신 선형을 기반으로 고효율 추진과 선형 설계 기술을 적용했다.

연료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냉동·냉장 화물을 운송하는 리퍼 컨테이너 적재 능력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단순히 컨테이너를 많이 싣는 선박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화물 운송 수요까지 겨냥한 선형이다.

친환경 규제 대응도 강화했다.

탈황설비인 스크러버를 탑재하고 메탄올 레디 설계를 적용했다.

현재 사용하는 연료체계에서 운항하면서도 향후 친환경 연료 전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선주의 선택권을 넓힌 것이다.

결국 HJ중공업이 노리는 시장은 ‘큰 배’ 자체가 아니라 고효율·친환경·고부가가치라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중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이다.

영도조선소, ‘새 먹거리’ 확보하나

영도조선소의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는 부산 조선업계에도 의미가 있다.

영도조선소는 부산 조선산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생산기지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글로벌 조선시장의 선박 대형화와 친환경 전환이 빨라지면서 조선소별로 어떤 선종에 집중할 것인지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HJ중공업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1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영도조선소의 전략 선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확보한 8척은 그 출발점이다.

한꺼번에 8척을 확보하면서 설계와 자재조달, 생산 과정의 반복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고 이는 향후 추가 수주 경쟁에서도 가격과 납기 측면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고 중국 조선소 역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HJ중공업이 대형 조선소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보다 영도조선소의 도크 규모와 생산능력에 맞는 선형을 선택하고 반복건조를 통해 생산성을 확보하려는 이유다.

결국 관건은 이번 8척이 일회성 수주 실적에 그치지 않느냐에 달렸다.

동일 선형을 안정적으로 건조하고 품질과 납기를 관리하면서 추가 수주로 이어갈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만TEU급 컨테이너선이 영도조선소의 ‘새로운 표준 선종’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상철 HJ중공업 대표이사는 “중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경험과 기술력을 축적해 온 결과 영도조선소에서 1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연속 건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수익성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하는 한편 고효율·친환경·고부가가치 컨테이너선 분야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영도조선소의 승부처가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배를 얼마나 많이 수주하느냐가 아니다.

어떤 선종을 선택하고, 얼마나 반복해서 만들며, 그 과정에서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의 싸움이다.

HJ중공업이 올해 확보한 1만TEU급 컨테이너선 8척은 그 전략의 첫 번째 시험대다.

한 척의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가 ‘실적’이라면, 같은 선박 8척은 ‘생산체계’다.

영도조선소가 대형 컨테이너선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울 수 있을지, 이번 8척의 건조 과정이 그 가능성을 가늠할 첫 시험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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