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고형 할인매장, 기업형 슈퍼마켓(SSM), 편의점 등 품목을 다양화한 쇼핑 채널은 계속 늘고 있다. 오늘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문 앞에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온라인 배송에도 많은 사람이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홈플러스 재개장 첫날 들었던 “대형마트만의 역할과 편의가 있다”는 소비자의 한마디가 쉽게 떨치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은 경영 위기에 놓은 홈플러스지만, ‘왜’ 그리고 ‘그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위기에는 정부 규제의 영향이 없지 않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흐려졌지만 2012년부터 시작된 규제로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되고, 이로 인해 점포 기반 새벽 배송 등의 경쟁에 나설 수 없다. 공휴일 포함 월 2회 의무휴업은 소비 수요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규제 명분이었던 지역 상권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형마트 경쟁 상대가 이미 온라인 업계로 바뀌었을 가능성을 짚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2분기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와 이마트 할인점 사업부(대형마트 부문)는 각각 영업손실 378억원, 271억원으로 적자를 유지했다. 2분기 말 기준 2개사 임직원 역시 전년 대비 2000명 이상 줄었다. 매출이 조금 늘어도 점포와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소비자들에게 온라인 쇼핑의 편의를 포기하라고 할 수도, 대형마트에만 손실을 감수하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를 고민하는 정교함이다. 아직은 대형마트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신선식품을 직접 살펴 고르고, 생필품까지 한 자리에서 비교해 살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은 말할 것도 없고 1, 2인 혹은 3, 4인 가구에 필요한 양만큼 구매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한 점포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일자리와 지역 상권은 지역 경제 체력에 직결된다. 쇼핑 채널이 늘어나는 와중에도 일반 대형마트의 대안을 떠올리기 쉽지 않은 이유다.
거기다 점포가 밀집된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서는 신식품 등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쇼핑 사막’, ‘식품 사막’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사라지는 전통시장에 이어 대형마트까지 줄어드는 상황인 셈이다.
인구 구조와 지역 특성, 채널의 성격을 고려해 대형마트의 역할을 다시 규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가 신선식품 등 식품 중심으로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 이를 거점으로 식품·생활필수품 온라인 배송을 하는 투트랙 전략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를 풀어 숨통을 트여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소상공인을 보호하더라도 실제 소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한때 지역 상권을 지키기 위해 대형마트의 문을 닫게 했다면, 이제는 대형마트가 사라진 자리를 고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