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노·사의 이의제기는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한다. 대표성·전문성 부족에 기인한 소모적 논쟁과 흥정식 협상이 대표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27일 고용노동부에 ‘2027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제출하고 노동부 장관에게 재심의 요청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도급제 등 적용안’ 부결, 소공연은 ‘최저임금 수준’에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도급제 등 적용안은 최저임금위원 27명이 모두 참석한 투표에서 부결됐다. 절차적 문제가 없다. 여기에 최저임금 수준은 사용자위원 안이다. 사용자위원에는 소공연 측 위원도 포함돼 있다.
◇매년 소모적 논쟁, 쫓기듯 표결
‘최저임금법’과 시행령에 따라 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다. 최임위는 심의를 요청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의결하고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촉박한 일정에도 최임위는 매년 관행처럼 도급제 등 적용안, 업종별 구분안을 의제로 다룬다. 회의가 5~6차를 넘기면 최저임금 수준을 심의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결국 최임위는 쫓기듯 표결로 도급제 등 적용, 업종별 구분 여부를 정한다.
민주노총이 도급제 등 적용안 부결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한 상황은 이런 관행에 기인한다. 애초에 법령으로 정해야 할 의제가 최임위로 넘어오고, 최임위에선 졸속으로 논의·결정된다. 결정 내용과 무관하게 노·사 양쪽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9:9:9 진영 논리…스스로 이의제기하는 모순
소공연의 이의제기는 위원회 구성에서 비롯된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근로자·사용자위원 자격을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 노동부 장관이 지정하는 사용자단체에서 추천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각 단체는 대체로 내부 보직자를 위원으로 추천한다. 그렇게 노·사·공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임위는 노·사·공 각 진영 내에서도 단체별로 이해관계가 갈린다.
소공연은 사용자위원 내에서 ‘소수’다. 소공연이 다수 사용자위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논의가 표결로 진행되는 소공연은 따를 수밖에 없다. 근로자위원도 진영 내 이해관계가 수시로 갈린다. 근로자위원은 노총 규모에 따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5명, 민주노총 추천 4명으로 구성되는데,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의견이 갈릴 때마다 최임위에서 퇴장하거나 표결을 거부했다. ‘합의’로 최저임금을 정했던 지난해에도 민주노총은 참여하지 않았다.
◇자료도 무용지물…결론은 흥정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최저임금이 객관적 자료·분석을 바탕으로 한 전문적 심의가 아닌 ‘흥정’으로 결정된단 점이다. 매년 노·사는 각자의 극단적 요구를 담은 제시안을 내고, 요구액을 10~100원 단위로 내리고 올리면서 흥정을 거듭한다. 이렇게 결정된 최저임금은 최임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수용성이 떨어진다. 결국은 사회적 비용과 갈등으로 이어진다.
이는 공익위원이 개선을 요구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공익위원은 최저임금 심의 마지막 날 권고문을 통해 “경제사회 전반이 급변하는 시대에 최저임금 심의에서 매년 유사한 논의가 반복·공전하는 상황을 개선하고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