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기업별 항목 지원에서 원료 생산~수출 다년도 지원으로 개편
현대그린푸드 982톤 매입…CJ제일제당은 지역 양조장 해외 진출 지원
현대그린푸드와 CJ제일제당, 오리온 등 기업이 개별적으로 추진해온 농업 상생 모델을 정부가 컨소시엄 단위의 다년도 사업으로 확산한다. 기존에는 계약재배를 맺은 생산자와 기업에 필요한 비용을 각각 지원했다면 2027년부터는 생산자조직·기업·지방정부가 한 팀을 이뤄 제품 개발부터 판로 개척과 수출까지 함께 추진하도록 지원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농업·기업·지역 간 협력 플랫폼인 ‘모두의 상생’ 프로젝트 출범식을 열고 이 같은 사업 개편 방향을 밝혔다.
모두의 상생은 새로운 기업 참여를 끌어내는 데서 출발하기보다 이미 민간에서 진행 중인 협력 사례를 하나의 정책 플랫폼으로 묶어 확산하는 사업이다. 농가는 기업이 요구하는 품질과 규격에 맞춰 농산물을 생산하고 기업은 제품 개발과 브랜드 기획, 유통망 확보와 해외 마케팅을 맡는다. 지방정부는 지역 생산자와 기업을 연결하고 사업 추진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농식품부는 ‘농업과 기업 간 연계 강화 사업’을 통해 계약재배 생산자단체와 식품기업에 필요한 비용을 각각 지원해왔다. 생산자단체에는 품질관리와 시설·장비 임차비 등을 최대 4000만원, 식품기업에는 신제품 개발과 시장조사·마케팅, 원료 운송·저장 비용 등을 최대 2000만원 지원한다. 올해 사업 예산은 30억원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처럼 생산자와 기업에 항목별로 나뉘어 있던 지원을 하나의 협력 사업으로 묶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농식품부는 2027년부터 생산자조직과 기업, 지방정부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원료 생산부터 제품 개발, 브랜드 구축, 판로 개척과 수출까지 하나의 사업으로 제안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사업은 다년간 우선 지원한다.
농식품부는 8월 기존 사업지침을 개편하고 9월 지방정부 설명회와 2027년 사업 지원 대상 공모를 진행한다. 구체적인 지원 기간과 컨소시엄별 지원 한도는 지침 개편 과정에서 정할 예정이다.

민간에서는 이미 지역 농산물과 기업의 제조·유통망을 연결한 협력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7월 충남 서산 감자를 시작으로 무안 고구마, 충주 무·양배추, 제주 당근·마늘, 태안 대파 등을 단체급식 메뉴로 개발했다. 태안 대파 100톤을 포함한 누적 매입량은 982톤이다. 태안 대파는 전국 600여개 급식 사업장에서 돈가스와 닭갈비, 칼국수 등에 활용됐다.
CJ제일제당은 지역 양조장이 빚은 원액을 프리미엄 증류주 브랜드 ‘jari(자리)’로 묶는 컨소시엄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양조장은 국산 농산물로 원액을 생산하고 CJ제일제당은 전용시설에서 원액을 숙성해 제품화한 뒤 브랜드 기획과 디자인, 해외 진출 전략과 글로벌 마케팅을 맡는다. 개별 양조장이 넘기 어려운 유통·수출 장벽을 낮추는 구조다.
제주 청년기업 귤메달은 감귤을 단순 원물에서 로컬 브랜드로 확장했다. 유니클로와 감귤을 모티브로 한 패션 상품을 선보이고 CU와 디저트를 개발했으며 배민 B마트로 온라인 판로를 넓혔다.
오리온과 농협의 합작법인인 오리온농협은 농협의 원료 공급망과 오리온의 제조·유통 역량을 결합해 국산 쌀 등을 활용한 ‘마켓오네이처’ 제품을 생산한다. 국산 농산물 소비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오뚜기는 쌀과 딸기, 사과, 감자 등 국산 원료를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풀무원은 특등급 국산콩을 활용한 두유와 두부칩 등 신제품을 출시했다. 농심은 감자 계약재배, 오아시스마켓은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와 온라인 유통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기업과 생산자의 사업 제안을 상시 접수하는 ‘모두의 상생 커넥트’도 운영한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출연하려는 기업이 지원할 프로젝트를 직접 고를 수 있는 ‘모두의 상생 메뉴판’도 도입한다.
기금 출연 확대는 풀어야 할 과제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당초 10년간 1조원 조성을 목표로 2017년 도입됐지만 지난해 8월까지 누적 조성액은 2780억원에 그쳤다. 이 가운데 민간기업 출연액은 1165억원이다. 기업에 프로젝트 선택권을 주는 방식이 추가 출연과 사업 확대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상생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돕는 일이 아니라 농업의 좋은 원료에 기업의 기술과 유통망을 더해 서로에게 필요한 가치를 만드는 것”이라며 “좋은 제안이 실제 제품과 판로,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