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매대만 덩그러니...파산까지 단 5일, ‘셈범 싸움’에 침몰하는 홈플러스[르포]

입력 2026-07-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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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폐지 항고 기한...회생 가능성 여전히 '안갯속'

MBK·메리츠 자금 해법 놓고 평행선
10일, 11일 홈플러스 매대는 텅텅
노조 “청산 땐 직원 10만명 생계 타격”
납품 중단·인력 이탈에 ‘정상 영업’ 위태

▲MBK파트너스 vs 메리치금융그룹 홈플러스 자금지원 입장 (이투데이 그래픽팀=신미영 기자)
▲MBK파트너스 vs 메리치금융그룹 홈플러스 자금지원 입장 (이투데이 그래픽팀=신미영 기자)

홈플러스의 명운은 이제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았다. 서울회생법원이 3일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함에 따란 홈플러스는 20일까지 운영자금을 확보, 즉시항고해야만 파산 수순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MBK)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메리츠)의 이견은 팽팽히 맞서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파산 기로에 선 홈플러스 직원들은 주말을 앞두고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납품이 끊기고 인력이 빠져나간 상황에서도 빈 매대를 정리하며 본분을 다하고 있지만, 입점 업체들마저 하나둘 짐을 싸면서 이번 주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팽배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 지회(홈플러스 노조)는 MBK가 끝내 나서지 않으면 정부가 긴급자금 지원(DIP 금융)으로 공적자금을 투입, 대규모 실직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홈플러스 합정점 매대가 비어있다. (사진=정영인 기자 oin@)
▲홈플러스 합정점 매대가 비어있다. (사진=정영인 기자 oin@)

10일 오후 찾은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은 겉으론 정상 영업을 알리고 있었지만, 일부 상품은 수수료 정산이 미납돼 매장에 있어도 실제 판매하지 못하는 촌극이 발생하고 있었다. 매장 곳곳에선 ‘반값 할인’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찾는 이는 거의 없었다. 이를 두고 홈플러스 관계자는 “정상적인 할인 행사”라고 설명했지만, 납품업체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품공급이 중단됐고 이에 따른 매대 철수가 이뤄지는 수순이란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합정점에서 매장을 정리하던 한 협력사 직원은 “(홈플러스가 끝내) 청산되는 것 아닌가 싶지만 정확히 들은 게 없다”면서 “그저 매정을 정리하라는 지시에 따라 짐을 빼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홈플러스 금천점의 냉장식품 코너의 진열대가 비어 있다. (사진=박선현 기자 sunhyun@)
▲홈플러스 금천점의 냉장식품 코너의 진열대가 비어 있다. (사진=박선현 기자 sunhyun@)

주말인 11일 찾은 홈플러스 금천점 입구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입구엔 “정상영업합니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점포에 들어서자 빈 매대와 상품공급 차질 상황이 눈에 띄게 보였다. 그럼에도 홈플러스 직원들은 새로 들여온 상품을 진열하고 흐트러진 매대를 정리하며 손님을 맞고 있었다. 노조에 따르면 일부 점포에선 외주 인력이 빠진 시설관리 업무까지 직고용 직원들이 맡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 영업이 불확실해지면서 이곳 역시 입점업체의 이탈이 일어나고 있었다. 일부 매장은 이미 문을 닫았고, 영업을 계속하는 곳도 남은 재고를 할인판매하며 철수 채비가 한창이었다.

MBK·메리츠 이견 팽팽…노조 “공적자금 투입해야”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 등 5명의 홈플러스 직원이 10일 MBK 본사가 있는 광화문 D타워 건물 로비에 앉아 구호를 외치며 농성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 등 5명의 홈플러스 직원이 10일 MBK 본사가 있는 광화문 D타워 건물 로비에 앉아 구호를 외치며 농성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각 점포가 이처럼 불안한 영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홈플러스 노조는 14일 MBK 경영진과 면담, 담판을 지을 계획이다. 대주주인 MBK가 운영자금을 투입해 즉시서울고등법운에 항고, 회생절차를 다시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다.

안수용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긴급 운영자금 2000억원”이라며 “MBK가 책임지고 자금을 투입하되 끝내 나서지 않으면 정부가 DIP금융으로 공적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대주주의 책임을 묻는 것과 회사·노동자를 살리는 문제를 일단은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청산 이후 고용과 협력업체 피해를 수습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이 회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금보다 클 수 있다는 논리다.

회생절차 폐지 관련 항고 기한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MBK와 메리츠는 긴급 운영자금 마련 방안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폐점 점포 2곳에 대한 1700억원 규모의 매각 계약이 체결됐지만 해당 대금의 사용처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데다, 대금의 상당 부분이 담보·선순위 채권 회수에 쓰이면 실제 영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도 제한적이다.

안 위원장은 “(기업회생이라는) 사고를 낸 사람의 책임만 따질 게 아니라, 그 사고에 끼인 사람부터 구한 뒤 처벌을 논해야 한다”며 “홈플러스 직고용 직원과 협력사 노동자, 납품·입점업체 종사자, 지역 농가까지 최대 10만여 명의 생계가 걸려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10만 명의 한 달 인건비를 최저임금으로 계산해도 약 2000억원이 든다”며 “이보다 더 적은 2000억원의 공적자금으로 기업과 일자리를 함께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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