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장기화⋯금융지원 한계"
전문가들 "지방 수요 회복이 우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청구서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오자 정부는 금융 지원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실 사업장 정리로 관련 금융지표는 최근 일부 개선됐으나 현장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와 함께 다주택자 규제 등 '똘똘한 한 채'를 부추긴 정책이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를 심화시킨 만큼 수요 회복이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PF 익스포저는 169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면서 위험 규모가 줄어든 결과일 뿐 시장이 정상화됐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평가다. 실제 PF 사업장의 체력을 보여주는 PF대출 연체율은 3.88%에서 4.65%로 0.77%포인트(p) 올랐다. 1분기 연체율 증가는 매년 있었던 패턴이지만, 이번 연체율은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환이 불투명하거나 사업성이 악화된 사업장을 뜻하는 유의(C)·부실우려(D) 여신도 14조7000억원에서 16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자금난이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의 경영 부담도 커지고 있다. 건설산업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종합·전문건설업체 말소·폐업은 87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건(17.4%) 증가했다. 건설업체 말소·폐업은 2022년 2171건에서 2023년 2771건, 2024년 3072건, 2025년 3254건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특히 PF 사업장의 원청 역할을 맡는 종합건설업체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종합건설업 말소·폐업은 236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6건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신규 등록(406개)의 두 배가 넘는 936개 업체가 폐업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금융 관련 PF 지표만 보면 시장 상황이 좋아지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미분양과 공사비 부담으로 여전히 어렵다"며 "서울은 상대적으로 버티고 있지만 지방은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고 공사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자 정부는 지방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지난해부터 1조원 규모 PF 개발앵커리츠, 중소 건설사 PF 특별보증, 미분양 안심환매 등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PF 개발앵커리츠는 사업 초기 토지 매입 단계에 공공이 선투자해 민간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제도다. 중소 건설사 PF 특별보증은 시공능력순위 100위권 밖 중소 건설사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보증 대상 금융기관을 저축은행까지 확대하고 보증 조건을 완화한 제도다. 미분양 안심환매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방 준공 전 미분양 주택을 분양가의 최대 50% 수준에서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중소 건설사 PF 특별보증은 승인액이 전체 한도의 90%를 넘어서는 등 활용도가 높지만, 미분양 안심환매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매입 물량이 450가구 수준에 그쳐 2028년까지 1만 가구 매입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금 지원 사업의 집행 속도가 제각각인 데다 금융 지원만으로는 PF 부실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PF 부실의 근본 원인이 지방 건설경기 침체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지방 투자 수요가 위축된 데다 인구 유출까지 겹치면서 거래가 감소했고, 미분양도 누적됐다. 이는 결국 건설사의 유동성 악화와 PF 부실로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금융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방 건설사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결과적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정책을 함께 추진하는 상황"이라며 "지방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현 정책 방향 전반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같은 인구감소지역이라도 산업단지 조성이나 기업 투자 등 미래 가치가 기대되는 곳은 미분양이 해소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외곽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미분양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결국 미분양 해소의 핵심은 수요 회복"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방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요 측면의 대책이 필요하며, 인구감소지역 등에 적용 중인 세제 혜택을 지방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실수요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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