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투자 ‘속도조절’ 신호…HBM 수요도 숨 고르기?

입력 2026-07-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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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공급 확대 속도 조절 가능성 제기
투자 축소 아닌 증가율 둔화 분석
메모리 가격 상승이 CAPEX 확대 견인

북미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들의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점차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AI 수요 둔화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감소로 해석하기보다는, 그동안 이어졌던 공격적인 투자 확대 국면이 완만해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공급 업체들의 실적이 당장 영향을 받기보다는 향후 증설과 공급 확대 속도에 변화가 나타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서버향 D램과 기업용SSD(eSSD)는 여전히 공급 부족 시황에 있다”면서도 “주문을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경쟁적인 인프라 투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한 단계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투자 증가 속도가 점차 둔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분석의 근거로는 최근 메타의 행보가 제시된다. 메타는 차세대 프런티어 모델 개발 전략을 일부 조정하고 잉여 AI 인프라를 외부에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는 다른 CSP들도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북미 CSP들의 설비투자(CAPEX) 증가율은 올해를 정점으로 점차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올해 북미 CSP들의 CAPEX가 전년 대비 8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내년 증가율은 23%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와 중앙처리장치(CPU)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최소 30~40% 수준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지만, 컨센서스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AI 수요 둔화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CSP의 AI 수요가 꺾인 것이 아니라 투자 증가율이 둔화되는 것이라는 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미 CSP들의 AI 투자 규모 자체는 여전히 사상 최대 수준이며, HBM 수요가 감소한다기보다 선행 발주와 증설 속도가 조절되는 국면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업체들도 당장 수요 감소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잠정 실적에서 역대 최대인 89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 역시 6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HBM을 비롯한 AI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되, 향후 공급 확대 속도는 일부 완만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주요 증권사들은 북미 CSP들의 투자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알파벳의 올해 CAPEX 전망치를 기존 1870억달러에서 1950억달러로, 내년 전망치는 2570억달러에서 2900억달러로 높였다. 메타의 올해 CAPEX 전망치도 1300억달러에서 1450억달러로, 내년 전망치는 1570억달러에서 185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CAPEX 증가가 반드시 AI 데이터센터 증설 규모 자체의 확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이후 D램 현물 가격이 약 40% 급등했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한 핵심 부품 가격 상승과 전력 인프라 비용이 증가하며 투자 규모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차세대 AI 모델의 전력 소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력 설비 투자 부담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북미 CSP들의 AI 투자는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확대 국면은 점차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HBM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기보다는 선행 발주와 공급 확대 속도가 완만해지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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