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만피(코스피+1만포인트)’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증시에서 불어난 투자 수익이 서울 집값을 밀어 올리는 새로운 자금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 급등으로 개인투자자의 평가이익이 수십조원 규모로 불어난 가운데 주식·채권 매각 대금을 활용한 주택 매입 자금도 급증했다. 증시 호황의 과실이 소비보다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한국 자산시장의 고질적 구조가 다시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스피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6993조원으로 올해만 3400조원 넘게 증가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말 4214.17에서 8545.98로 4331.81포인트(102.79%) 올랐다.
시가총액 증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970조1959억원으로 1260조4313억원,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1630조6630억원으로 1156조7335억원 증가했다. 두 종목 합산 시가총액 증가분은 2417조1648억원으로, 코스피 시장 전체 시가총액 증가분의 70.39%에 달한다.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이들 종목에서 거둔 평가이익도 큰 폭으로 불어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개인은 삼성전자를 1억7203만6613주(38조3467억원) 순매수했다. 개인 순매수 추정가는 22만2899원이다. 전날 종가(33만7000원)로 계산한 개인 순매수분의 평가이익은 19조6296억원이다. 수익률은 51.19%에 달한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추정 평가이익은 18조6975억원, 추정 수익률은 64.55%다. 두 종목을 합산하면 개인 순매수액은 67조3144억원, 추정 평가이익은 38조3271억원, 추정 수익률은 56.94%에 이른다.
증시 주변 자금도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 증시자금 추이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11일 기준 127조3718억원으로 올해 들어 37조8508억원 증가했다.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대기성 자금도 불어나면서 주식시장 호황이 가계 자산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주식시장에서 불어난 자금은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금조달계획서 집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식·채권 매각대금 3조7254억9400만원이 주택 매입 자금으로 투입됐다.
이 가운데 서울 주택 매입에 들어간 금액은 2조4396억3100만원으로 전체의 65.5%를 차지했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3구로의 유입도 두드러졌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3706억9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 3531억5100만원, 서초구 2903억8200만원 순이었다. 강남3구에만 1조142억2400만원의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유입됐다.
고가주택 매입 과정에서 주식·채권 매각대금을 활용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15억원 이상 주택 매매에 활용된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 이내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해 4월에는 13.2%로 처음 두 자릿수에 올라섰다.
한국은행 분석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우리나라의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국내 가계는 주가 1만원 상승 시 130원가량만 소비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자본이득의 1.3% 수준이다. 반면 무주택 가계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한 분석에서 무주택자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 1원 발생 시 부동산 자산이 0.7원 증가한다고 봤다. 주식 수익이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주택 구입이나 자산 재배분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여의도 한 증권사 PB는 “그동안 주택가격 상승 일변도 시장에서 대출규제 등으로 매수여력이 없었던 잠재 수요자들 중 이번 주식시장의 상승으로 인한 차익실현으로 실제 구매수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주택이 없는 자녀들에게 증여를 통해 주택 매수자금을 지원해주고자 하는 상담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현장에서도 주식 투자 수익금을 상급지 이동 자금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식 투자 수익금을 활용해 상급지로 갈아타는 사례가 있다”며 “다만 집값 대부분을 주식으로 마련하는 경우는 드물고 기존 주택 매각 대금에 수억원가량의 주식 수익금을 보태는 수준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자녀 교육 문제로 20억원대 주택에서 30억원대 주택으로 옮기면서 주식을 통해 마련한 3억원 정도를 일부 활용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수도권 신도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포착된다. 동탄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30대 직장인 가운데 주식 투자 수익으로 종잣돈을 마련한 뒤 매수에 나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1억원 안팎의 원금과 수익금을 계약금이나 취득 자금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