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아직도 TV 앞에서만 본다고요? [솔드아웃]

입력 2026-06-1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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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사상 처음으로 3개국이 공동 개최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화려한 막을 올렸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12일 오전 멕시코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최국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으로 그 시작을 알렸습니다. 같은 날 멕시코 할리스코주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체코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는 한국이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두면서 함성을 키웠죠.

경기에 앞서 축하 공연을 비롯한 개막 행사도 열렸는데요. 볼거리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3개국이 공동 개최하다 보니 이번 대회는 개회식도 한 차례씩 돌아가며 세 차례 열리기 때문이죠. 13일 오전 4시 토론토 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캐나다-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조별리그 B조 1차전에 앞서 캐나다 개회식이 이어지고요. 같은 날 오전 10시 미국과 파라과이의 조별리그 D조 첫 경기가 예정된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는 미국 개막식이 펼쳐집니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경기장 밖 볼거리도 풍성합니다. 개막을 알리는 각종 무대와 음악, 온라인 중계 콘텐츠, 유니폼과 협업 아이템까지 각종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열린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오현규의 역전골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열린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오현규의 역전골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숏폼 활용…유튜브에 틱톡도 뜨겁다

최근에는 공식 중계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경기를 소비합니다. 숏폼도 곧잘 활용되는 모습이죠.

이때 숏폼은 단순한 '경기 요약본'이 아닙니다. 축구로 예를 들어보면 골 장면, 역전 순간, 선수의 세리머니, 관중석 반응처럼 가장 화제성이 큰 장면을 먼저 접하는 입구에 가까운데요. 긴 중계 화면을 지켜보기보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포털 하이라이트 영상 등을 통해 경기의 핵심 장면을 짧게 소비하고, 댓글과 밈(Meme)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감상을 공유하는 식입니다.

이는 숏폼이 이미 Z세대의 일상적인 미디어 이용 방식으로 자리 잡은 영향입니다. 지난해 4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Z세대 91.9%는 최근 한 달 내 숏폼 플랫폼을 이용한 경험이 있었는데요. 이들은 평일 평균 126.6분, 주말 평균 139.0분을 숏폼 콘텐츠 시청에 썼습니다. 1분 안팎의 영상에 하루 2시간 이상을 쓰는 셈입니다.

틱톡에서도 올림픽 관련 콘텐츠는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2024년 8월 버라이어티 보도에 따르면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틱톡에 올라온 올림픽 관련 게시물은 130만 건 이상으로 직전 도쿄 올림픽 대비 18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약 23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올림픽 해시태그를 단 콘텐츠를 올린 것으로도 집계됐습니다.

경기를 시청하는 플랫폼도 다양해졌습니다. 경기 화면을 직접 송출하지 않는 이른바 '입 중계', '같이 보기' 등 온라인 방송에도 수만 명의 시청자가 몰리는 요즘입니다. 12일 정오 기준 실시간 방송 통계 사이트 소프트콘 뷰어십의 국내 인터넷 방송 랭킹을 보면 JTBC가 치지직에서 진행하는 '북중미 월드컵 JTBC' 방송이 291만2000여 명의 시청자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는데요. 치지직 스트리머 한동숙이 30만5000여 명을 모으면서 그 뒤를 이었습니다. 3위에는 KBS2의 치지직 방송이, 4위에는 숲 스트리머 감스트의 입 중계 영상이 올랐죠.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둘러싼 마케팅도 이런 흐름에 맞춰 달라지고 있습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당시 NBC는 유튜브, 메타, 틱톡 등과 협업해 20명 이상의 크리에이터를 이탈리아에 파견하고 현지 콘텐츠 제작을 맡겼습니다. 2월 스포츠 비즈니스 저널에 따르면 한 크리에이터의 게시물은 3억 회 이상 조회됐고, NBC 스포츠 SNS 채널은 약 65억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고 전했죠.

이는 잘파세대의 스포츠 소비가 단순히 '경기 시청'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경기 장면은 숏폼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확인하고, 실시간 감상은 인터넷 방송과 채팅창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합니다. 경기에 대한 소감을 찍어 올리는 등 콘텐츠 생산에도 공을 들입니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TV 중계 중심의 콘텐츠에서 온라인 플랫폼 위에서 함께 보고 떠드는 실시간 참여형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는 셈입니다.

▲(사진제공=글로벌 시티즌)
▲(사진제공=글로벌 시티즌)

리사→방탄소년단 출격…월드컵 무대 오른 K팝

온라인에서 함께 보고 떠드는 흐름은 경기 장면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월드컵을 둘러싼 음악과 공연 역시 팬덤을 모으고, 숏폼과 SNS로 확산되는 주요 콘텐츠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이 같은 전략이 뚜렷합니다. 한국계 작곡가 겸 가수 이재(EJAE)는 멕시코 개막 행사 무대에 올라 이탈리아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와 이번 대회 공식 축가 'DNA'를 불렀는데요. 8만여 명 관중이 들어찬 경기장에서 한국어 가사를 담은 곡을 부르면서 눈길을 끌었죠.

그룹 블랙핑크 멤버 리사는 아니타, 레마와 함께 공식 월드컵 앨범 수록곡 '골스(Goals)'에 참여했습니다. FIFA는 이 곡을 라틴팝, K팝, 아프로비츠가 결합한 글로벌 협업으로 소개했는데요. 그는 미국 개막전에 앞서 열리는 개막식 무대에서 케이티 페리, 퓨처 등과 함께 무대에도 섭니다. 그런가 하면 투어스(TWS)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공식 응원가 '드림 위드 어스(Dream With Us)'를 발매했죠.

대회 마지막을 장식하는 결승전 무대는 방탄소년단(BTS)이 장식합니다. FIFA와 글로벌 시티즌은 방탄소년단과 마돈나, 샤키라가 다음 달 19일 미국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 쇼 공동 헤드라이너로 나선다고 발표했는데요. 특히 월드컵 결승전에 하프타임 쇼가 도입되는 건 이번이 처음인 만큼 공식 발표 전부터 화제를 모았죠.

그동안 월드컵은 개막식이나 폐막식 공연을 통해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려 왔습니다. 하지만 결승전 하프타임 쇼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 시청자의 이탈이 생기기 쉬운 시간대에 대형 공연을 배치해 중계의 몰입도를 이어가고, 경기 자체와 별개로 온라인 화제성을 만드는 방식이죠. 미국식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모델인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문법을 월드컵에 들여온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결합된 K팝은 강력한 카드입니다. K팝 팬덤은 음원, 무대 영상, 직캠, 리액션, 숏폼 챌린지로 콘텐츠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데 익숙합니다. 축구 경기를 보지 않던 팬도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무대와 응원가를 따라 월드컵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데요. 월드컵 입장에서는 젊은 세대와 라이트 팬을 붙잡을 수 있는 접점을 넓히는 셈이죠.

물론 이런 변화가 모두 환영받는 건 아닙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하프타임 쇼 도입이 경기의 흐름을 끊고 월드컵을 지나치게 상업화한다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다만 분명한 건 월드컵이 더 이상 경기만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묶어두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음악과 팬덤, 숏폼 확산력을 결합해 스포츠 이벤트를 하나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키우는 흐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출처=나이키 풋볼 공식 인스타그램)
▲(출처=나이키 풋볼 공식 인스타그램)

협업 아이템, 크림에서 얼마?

패션 업계도 월드컵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축구가 경기장에서만 소비되는 스포츠가 아니라 일상에서 입고 인증하는 스타일 코드로 확장됐기 때문인데요. 유니폼과 트랙 재킷, 머플러 등을 평상복처럼 매치하는 블록코어 룩이 유행하면서 월드컵은 패션 브랜드들이 젊은 소비자와 만나는 계기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잘파세대에게 스포츠 의류는 단순한 응원복이 아닙니다. 어떤 팀을 응원하는지, 어떤 선수와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어떤 무드를 추구하는지를 보여주는 취향의 표현에 가깝습니다. 경기장에 가지 않더라도 유니폼을 입고 관람 인증 사진을 남기거나, 협업 스니커즈와 저지를 일상복에 섞어 입는 식이죠. 월드컵 시즌은 축구 팬뿐 아니라 패션 소비자까지 움직이는 문화 이벤트가 되는 셈입니다.

그중 화제를 모은 건 지드래곤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나이키, 대한축구협회(KFA)의 협업입니다. 지드래곤과 에스파 카리나, 축구선수 황희찬이 함께한 캠페인도 공개됐는데요. 이번 컬렉션은 KFA의 상징적인 디자인 요소에 피스마이너스원의 시그니처인 데이지 모티프를 더해 한국 축구의 정체성을 트렌디하게 풀어냈습니다. 국가대표 친선 경기에서 선수들이 컬렉션 재킷을 직접 착용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죠.

특히 주목받은 아이템은 '크라이오샷'입니다. 나이키 아카이브 축구화 CTR 360 마에스트리 II를 기반으로 축구화 스터드를 러버 아웃솔로 감싸 일상에서 신을 수 있는 스니커즈처럼 재해석한 모델입니다. 경기용 축구화의 요소를 데일리 스니커즈로 옮겨오며 축구와 스트리트 패션의 경계를 흐렸죠.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이 제품은 정가 24만9000원의 2배를 넘는 58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월드컵 시즌을 겨냥한 협업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디다스는 차범근, 손흥민, 이강인을 앞세운 '패스 더 플레임' 컬렉션을 통해 한국 축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했고, 갭은 FIFA와 손잡고 1990년대 월드컵 저지를 떠올리게 하는 레트로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오버더피치와 리는 데님으로 풀어낸 축구 저지 컬렉션을 내놓으며 블록코어 흐름에 힘을 보탰죠.

그런가 하면 라부부는 '더 몬스터즈 X FIFA' 컬렉션을 출시하며 축구 팬과 캐릭터 소비자를 동시에 겨냥했습니다.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패션 브랜드, K팝 아티스트, 국가대표팀, 캐릭터 지식재산권(IP)까지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최근의 스포츠 팬들은 단순히 경기를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소비 방식을 보여줍니다. 하이라이트 영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로 함께 떠들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무대도 보며 각종 협업 아이템에 '찜'을 눌러놓는 축제.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이렇게 거대한 글로벌 문화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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