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독주가 만든 착시
외인 비중 오히려 40% 육박
반도체 비중은 50% 돌파해
자금 묶어둘 대안 업종 '한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24거래일 연속 74조원에 달하는 매도 폭탄을 쏟아내면서 시장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매도세는 한국 시장 펀더멘털 악화로 인한 이탈이 아닌, 주가 급등에 따른 글로벌 펀드들의 리밸런싱과 차익실현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15일 이투데이가 국내 주요 증권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갔음에도 외인 지분율이 올라간 역설적인 상황에 대해 대형 반도체주의 독주가 만들어낸 착시효과라고 입을 모았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올해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총 125조원 수준 대규모 순매도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보유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폭등하면서 코스피 내 외인 지분율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외인 지분율은 2025년 초 32.3%에서 2026년 초 36.7%로 상승한 데 이어 현재 40.0%까지 치솟았다. 미국 스페이스X 상장에 대비해 가치가 비대해진 한국 메모리 반도체 지분을 매도해 현금화했을 것이라는 일각의 추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상휘 교보증권 책임연구원 역시 "작년부터 이어져 온 한국 증시 랠리로 인해 외국계 바이사이드(Buyside)가 보유한 한국 포트폴리오가 내부적으로 설정된 투자 비중 한도를 크게 초과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정나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 대형주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펀드 룰에 맞춰 넘치는 비중을 기계적으로 덜어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난 1년간 코스피 패턴상 이러한 기계적 매도는 통상 1~2개월 이어진 후 다시 비중 확대 구간으로 진입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비중으로 인한 기계적 매도 분석에 대해 "그런 논리면 외국인은 대만 시장을 떠나야 했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반도체 투톱 시총 비중이 높아져서 기계적 매도가 나온다기보다 투톱이 강하게 상승하면서, 코스피 급등과 함께 차별적인 독주를 주도하면서 외국인 매도가 출회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지분율은 상승 추세"라며 "외국인 매도가 한국 시장을 떠나려는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지만, 매도의 극성도 약해 외국인이 매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보다 코스피 상승 속도·탄력이 강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 조정이 마무리되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스페이스X 상장 등 6월 대형 이벤트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부터 매도세가 점차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6월 들어 외국인 일간 순매도 규모는 2~3조원대로 축소되는 경향이 감지된다.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의 차별적인 정책 동력과 실적 모멘텀, 밸류에이션 매력을 감안할 때 드라마틱하게 외국인 수급이 매수세로 전환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2026년 3분기 중 달러 대비 원화 약세가 진정되면서 외국인 매도는 진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코스피 시장의 극단적인 반도체 쏠림이다. 올해 외국인 순매도액 125조원 중 삼성전자가 70조원, SK하이닉스가 51조원으로 두 종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사실상 외인의 본격적인 매도는 없었다는 뜻이다.
현재 반도체 투톱 시총 합산 비중은 코스피 전체의 절반을 넘는 51.7%에 달한다. 이처럼 비대해진 체급 탓에 글로벌 펀드의 기계적 매도가 유발되는 상황에서, 외인 자금을 유인해 묶어둘 수 있는 대안 업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경민 연구원은 "반도체 외 자금을 묶어둘 대안 업종은 부재하다"며 "반도체 시총에 대응할 업종이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안 업종을 찾기보다는 외국인 매매패턴을 통해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며 "외국인은 주도 업종의 단기 과열과 상승 누적에 따른 부담으로 과열 해소 국면에 진입하며 소외 업종으로 순환매를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 중이고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 중인 업종은 화학, 에너지, 철강, 기계, 건설, 호텔·레저, 디스플레이, 은행"이라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높아진 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업종은 반도체를 비롯한 IT업종"이라며 "현재 외국인 수급 이탈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나, IT가 주도하는 장세는 끝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신승진 팀장은 "한국이 강점을 가진 조선·방산 등 산업재 섹터와 피지컬 AI로 재평가받고 있는 자동차 업종"을 꼽으면서도, 반도체보다 절대적인 시총 비중이 낮아 외인 수급은 결국 반도체 빅투(Big2) 매매 동향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정상휘 책임연구원은 하반기 매크로 국면과 반도체 사이클을 고려해 실적 주도주와 리스크 방어주를 동시에 담는 '바벨 전략'을 제안하며, 비철금속과 전력기기, 일반 기계, 금융(은행·증권·보험) 업종을 유망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나영 연구원은 증시 활황으로 브로커리지 수익 폭발이 기대되는 '증권'과 금리 인상 우려 장기화 시 이익 체력이 강화되는 '은행', 상대적 저평가와 정부 정책 수혜 모멘텀이 기대되는 '코스닥 및 중·소형주'를 꼽았다.
한편 이경민 연구원은 한국 증시 변동성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역할에 대해 "많은 투자자가 외국인 대규모 순매도로 코스피 급락 임박을 걱정하지만, 올해 외국인은 149조원 이상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했음에도 지수는 두 배 급등했다"며 "2025년 12월 이후 코스피 지수와 외국인 누적 순매수 간의 상관관계는 -0.7"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코스피 대세 상승은 1990년대 초반에는 바이코리아펀드, 2000년대 초부터 금융위기 전까지는 펀드 열풍, 2009년~2010년에는 랩어카운트, 현재는 상장지수펀드(ETF)처럼 개인 유동성이 기관화되면서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고객예탁금도 130조원에 달하는 상황이고, MMF자금도 230조원을 상회하고 있어 상당 기간 개인 유동성의 증시 유입은 가능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