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스 해밀턴이 페라리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포뮬러원(F1) 그랑프리 정상에 올랐다. 완벽에 가까운 전략과 레이스 운영으로 메르세데스를 제치며 오랜 기다림을 끝냈다.
해밀턴은 1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카탈루냐 서킷에서 열린 2026 F1 바르셀로나-카탈루냐 그랑프리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조지 러셀과 키미 안토넬리(이상 메르세데스)를 상대로 페라리의 3스톱 전략을 성공시키며 시즌 첫 승이자 페라리 소속 첫 그랑프리 우승을 기록했다. 개인 통산 우승은 106회로 늘었다.
해밀턴은 예선에서 러셀에게 0.064초 뒤진 2위에 올라 결승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소프트 타이어를 선택한 페라리보다 미디엄 타이어를 장착한 메르세데스가 유리해 보였지만, 레이스가 진행될수록 페라리의 전략이 힘을 발휘했다.
고온 속에 대부분 팀이 2스톱을 예상한 가운데 페라리는 해밀턴에게 3스톱 전략을 적용했다. 해밀턴은 두 번째 피트스톱 이후 빠른 랩타임을 연이어 기록하며 러셀과의 격차를 줄였고, 페르난도 알론소(애스턴 마틴)의 차량 문제로 버추얼 세이프티카가 발동되자 추가 피트스톱까지 마치며 선두를 지켰다.
이후 해밀턴은 추격권에서 벗어나 약 20초 가까운 격차를 벌린 끝에 우승을 확정했다. 페라리가 그랑프리 정상에 오른 것은 2024년 멕시코시티 그랑프리 이후 처음이다. 41세의 해밀턴은 1970년 잭 브라밤 이후 최고령 F1 우승자가 됐다.
해밀턴은 경기 뒤 “페라리의 모든 구성원과 나를 믿고 이 팀으로 데려온 프레드 바서 페라리 팀 대표에게 큰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지난해 시작한 꿈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지만 우리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106차례 우승 가운데 이번 승리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모든 우승이 저마다 특별하지만 이번 것은 또 다르다”며 “어릴 때 TV로 페라리의 성공을 보면서 저 차로 우승하면 어떤 기분일지 늘 궁금했는데, 마침내 그 순간이 왔다”고 밝혔다.

해밀턴은 “오늘 피트스톱과 전략은 훌륭했고 차의 느낌도 환상적이었다”며 “이번이 많은 우승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러셀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안토넬리는 경기 막판 러셀을 추월해 2위로 올라섰지만, 한 바퀴 뒤 기계적 결함으로 멈춰 서며 시즌 처음으로 완주에 실패했다. 최근 5연승을 달리며 드라이버 챔피언십 선두를 지켰던 안토넬리는 이번 리타이어로 해밀턴에게 25점을 내줬고, 두 선수의 격차는 41점으로 줄었다.
랜도 노리스(맥라렌)는 안토넬리의 리타이어에 힘입어 3위에 올라 시즌 두 번째 포디엄을 기록했다. 노리스는 경기 후 “선두권을 따라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해밀턴과 러셀이 더 빨랐다”며 “팀이 발전하고 있지만 계속 고개를 숙이고 노력해야 한다. 곧 다시 승리를 다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카 피아스트리(맥라렌)는 5위를 기록했다. 피아스트리는 “속도와 타이어 수명 모두 부족했다”며 “메르세데스와 페라리에 0.1~0.2초씩 뒤처지면 이를 만회하려다 타이어 열화가 더 심해진다. 이번 주말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페라리의 희비는 엇갈렸다. 샤를 르클레르는 예선 Q3에서 충돌한 데 이어 결승에서도 파워스티어링 문제로 리타이어했다. 모나코 그랑프리에 이어 2경기 연속 완주 실패다.
반면 해밀턴은 지난해 페라리 이적 첫 시즌에 르클레르보다 86점 뒤진 드라이버 순위 6위에 머물렀던 부진을 털어내고 올 시즌 챔피언십 2위까지 올라섰다. 엔지니어링 지원과 차량 세팅을 대폭 손질한 결과가 바르셀로나에서 첫 우승으로 이어졌다.
해밀턴은 “팀이 내가 요구한 변화와 결정을 믿어줬고, 이제 조금씩 모든 것이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다”며 “메르세데스가 여전히 강하지만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계속 밀어붙이겠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 포디엄은 해밀턴과 러셀, 노리스 등 영국 선수 3명이 휩쓸었다. F1에서 영국 선수들이 1~3위를 모두 차지한 것은 1968년 이후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