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K주얼리’ 신화 쓸 멍석은 깔았다

입력 2026-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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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산업이 골목 상권을 넘어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하나는 산업의 뼈대를 떠받치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기본법’(모법)의 존재이며, 다른 하나는 그 산업의 핵심 원자재를 국가 차원에서 안보 및 경제적 관점으로 다루는 ‘전략적 시각’이다.

지난달 대한민국 귀금속 업계의 수십 년 숙원이던 ‘주얼리산업 기반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산자중기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 통과 관문이 남았지만, 산업을 든든히 밀어줄 법적 주춧돌이 마침내 마련된 것이다.

‘국가전략자산 금’ 인식 … 정책 뒷받침

하지만 금 시장에는 거대한 글로벌 시장의 파고가 몰아치고 있다. 세계 금 유통을 좌우하는 해외 초대형 전문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타진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시점에, 이달 8일 국회에서는 ‘국가 전략자산 금 시장 관리 시스템 구축 토론회’가 국회의원들과 산업계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개최됐다. 토론회에서 오효근 한국주얼리산업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업계 대표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 메시지의 핵심은 명확하다. 금은 단순한 사치성 소비재나 거래 상품이 아니라 국가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며, 주얼리 산업의 성공적인 육성을 위해서는 금 시장을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체계가 법제화와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금 유통 및 관리는 무역, 세관, 외환 자금, 세탁 방지, 세무 규제 등 여러 부처와 법령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다. 정작 금을 산업적·전략적 측면에서 통합 관리하고 보호할 단독 기본법이 없어, 해외 거대 자본이 무차별적으로 진입할 때 이를 걸러내거나 통제할 방어막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국내 귀금속·주얼리 업계의 95% 이상이 영세 소상공인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아무런 빗장 없이 시장이 개방된다면, 우리 제조·유통 생태계는 공멸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무역 개방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외환 관리 기능과 직결된 ‘경제 주권’을 해외 글로벌 기업에 내주는 중대한 안보적 사안이다.

토론회의 발표자가 예리하게 짚었듯, 올바른 금 시장 정책은 네 가지 핵심 축, 즉 ‘시장의 투명성’, ‘공급의 안정성’, ‘산업의 경쟁력’,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금을 ‘국가 전략자산’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는 연결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 현재 금은 거래, 품질, 외환, 보유, 자원 순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부처별 기준에 따라 각각 관리되고 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이 부처들을 하나로 무리하게 합치는 것이 아니다. 각 영역의 전문성은 철저히 유지하되, ‘국가 전략자산’이라는 공통의 기준 위에서 각 부처가 서로의 정보를 연결하고 균형 있게 논의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본법 제정으로 시장활성화 기대돼

기본법 제정과 등록제를 통한 시장 양성화가 산업의 체급을 어떻게 완전히 바꾸어 놓는지는 이미 화장품과 석유 산업이 명백히 증명해 보였다. 규제에 갇혀 있던 화장품이 2000년 독립된 ‘화장품법’ 제정 이후 글로벌 ‘K뷰티’의 신화를 달성하며 세계 3대 수출 대국으로 도약했듯, 이번 주얼리산업 진흥법 역시 우리 고유의 세공 기술과 디자인 역량이 세계 명품 시장을 뒤흔들 ‘K주얼리’로 진화하는 결정적 도약대가 될 것이다.

투명하고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체계라는 ‘안보적 토대’ 위에, 체계적인 인프라 구축이라는 ‘법적 지원’이 융합될 때 주얼리 산업은 단순한 전통 제조업을 넘어 인공지능 전환(AX)과 디지털 대전환(DX)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당당한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10년 후 우리 금 시장의 주도권은 여전히 우리에게 있을 것인가?”라는 발표자의 무거운 질문을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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