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극혐’…4050은 기득권일 뿐
미래세대를 틀 지우는 편견 옳지않아

6·3 지방 선거가 끝났다. 절묘한 민심이 드러난 선거 결과를 앞에 두고 2030의 표심분석에 정치권 관심이 쏠리는 듯하다. 그 와중에 젊은 세대의 정치적 보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모자라, “철학이 없다”느니 “개념이 부재하다”느니 하며 이들을 폄훼하는 목소리까지 등장했다.
이 대목에서 한때 유행하던 인터넷 유머 한 토막이 떠오른다. “10대는 철이 없고, 20대는 답이 없고, 30대는 집이 없고, 40대는 돈이 없고, 50대는 일이 없고, 60대는 낙(樂)이 없고….” 직업 탓이었나, 답이 없다는 20대에 유독 눈길이 갔던 기억이 난다.
우리네 생애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하나만 꼽으라면 그건 바로 20대라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을 고려할 때, 20대를 향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은 일면 반가운 일이다. 한데 우리네 ‘20대론’은 이들의 우울과 좌절, 비관과 울분을 강조하는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20대론을 상징해온 ‘88만원 세대’나 (N포 세대로 진화한) ‘3포 세대’가 그렇고, SNS상에 등장했던 신조어들, ‘금수저 흙수저론’에 최저 시급도 안 되는 아주 적은 보수로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뜻의 ‘열정 페이’, 요즘 젊은이들은 노력이 부족하다는 기성세대의 평가를 풍자한 ‘노오력’ 등도 예외는 아니다.
한데 정작 20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황은 어렵지만 무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낙관주의자로부터, 사회적 이슈 자체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무관심주의자를 거쳐, 정말 소박하게 하루 세끼만 해결된다면 ‘알바’ 인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프리터족에 이르기까지 10인 10색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걱정하듯 유약한 세대도 아니요 그렇다고 철들지 않은 미성숙한 세대도 아니고 대책없이 아픔만을 호소하는 세대도 아니다. 분명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을 입에 달고 살면서 불안과 혼돈을 느끼기도 하지만 20대 특유의 도전 정신과 희망을 잃지 않은 세대이자, 지극히 자기중심적이요 기성세대의 권위로부터 탈(脫)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동시에 부모세대의 관습이나 관행을 전격 거부하지는 못하는 조심스러운 세대이기도 하다.
다만 20대 표심에서 드러나듯 젠더 간극이 확산일로에 있음은 주목을 요한다. 대학 강의실에서 만나는 20대 남성(‘이대남’)의 목소리 속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수집단으로 격하된 상황에 대한 박탈감과 억울함이 가득 배어있다. 자신은 여성을 차별하기는 커녕 학교생활 내내 여고남저(여학생 성적이 높고 남학생 성적은 낮은)에 시달렸는데, 중요한 시기에 군복무 의무까지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불공정함을 넘어 가혹하기만 하다.
이념보다는 이슈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정치적 무당층에 가까운 이들 이대남은 기존의 진보 대 보수 구도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은 기득권층이 된 과거 운동권의 폐쇄적 세계관을 진보라 받아들이지 않으며, 무능하고 무기력하고 때론 무지하기까지 한 야당을 보수의 가치를 대변하는 정당이라 보지 않는다. 심지어 정치적 무관심도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조차 없는 정치권을 향한 의미있는 의사 표시로 간주할 정도다.
다만 이들이 금과옥조로 삼는 ‘공정’이란 가치가 무엇인지, 아직은 모호하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란 점은 다소 아쉽다. 대의나 공공의 선보다 개인의 실리나 실용을 내세운다는 평가에도 귀 기울일 만하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미래를 책임질 세대의 행동양식과 가치를 보수의 틀로 가두어 버리거나 근거 없는 편견에 노출시키는 건 모두에게 불공정한 것일 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