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 높을 때 IPO 선택 경향
‘주식 공급 감소 시대’ 23년 만에 종료 예상

10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기업들이 대체로 밸류에이션이 가장 높을 때 상장을 선택하는 경향으로 인해 전문가들은 AI 기업의 대형 IPO 움직임을 경계의 눈길로 보고 있다.
가장 최근 IPO 붐이 있었던 2020~2021년 이후 미국 증시는 2022년 약세장에 진입했다. 당시 나스닥지수는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 시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IPO 호황기에도 대규모 상장 열풍 뒤 시장 조정이 뒤따른 사례가 있었다.
BCA리서치는 “장기적으로 보면 뉴욕증시 S&P500지수는 대형 IPO 이후 대체로 부진한 성과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신규 주식 공급 증가가 시장 고점 부근에서 자금을 흡수해 버리면서 전체 시장 상승을 지속할 여력을 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투자회사 엘름웰스의 빅터 하가니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에 따르면 수년간 기술 대기업들은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면서 신규 주식을 발행하기보다 자사주 매입에 집중해왔고 동시에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은퇴자금을 증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이는 주가 상승을 촉진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빅테크들은 자사주 매입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고 있으며 대신 AI 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올해부터 주식 공급 감소라는 순풍이 사라질 경우 기술주 중심으로 이어진 월가 랠리가 마침내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초대형 IPO가 몰리면서 2003년부터 이어진 ‘주식 공급 마이너스 시대’가 올해 종료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스의 아제이 라자드약샤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는 “이것은 구조적 변화”라며 “AI 투자로 인해 자사주 매입 여력이 줄어들면서 미국 최대 기업 일부가 ‘순주식 발행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순주식 발행 기업은 자사주 매입보다 신규 주식 발행이 더 많은 기업으로 이런 행태가 늘어나면 그만큼 증시가 하락 압박을 받게 된다.
세 기업 모두 여전히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또 이들이 성장 스토리를 이어가지 못하면 기존 AI 관련주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증시에서 AI 관련 상위 10개사는 이미 S&P500 시가총액의 5분의 2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과거 사례를 보면 IPO 이후 해당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플로리다대의 제이 리터 교수는 1980~2024년 상장된 기업들의 IPO 이후 수익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IPO 종목은 상장 첫 거래일 이후 3년 동안 시장 전체 수익률보다 20%포인트(p) 낮은 성과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당분간 초대형 IPO 열풍에 열광할 것”이라며 “그러나 몇 년 뒤에는 증시가 ‘자본 다이어트’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