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평판·법적 책임 직결…기업 리스크 된 직내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외부 로펌에 맡기는 이른바 ‘직괴 외주화’가 공기업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더 이상 개인 차원의 고충이 아닌 기업 평판, 법적 책임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응 방식도 달라지는 추세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다수 기업은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신고를 접수받고 조사하는 외부 신고센터를 잇달아 도입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해양진흥공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등은 법무법인 원과 계약해 관련 신고를 처리하고 있다. 신고 접수부터 상담, 사실관계 조사, 법률 검토까지 외부 전문가가 담당하고 회사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 여부 등을 결정한다.
법무법인 지평도 2020년부터 '소통핫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며 다수 공기업, 대기업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서비스를 전담 중이다. 담당자인 장기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부하 직원에게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거나, 근무시간 외 메신저를 통해 지속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등 여러 직장 내 괴롭힘 사례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외부 신고창구를 도입하는 배경에는 내부 신고 체계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가해자가 상급자인 경우가 많아 직원들이 사내 인사팀이나 감사부서에 신고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장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내 부서에 신고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고,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갖게 된다"며 "외부 신고창구를 운영하면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외부 신고센터가 분쟁 예방 수단으로 활용된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내부적으로 부실하게 처리했다가 민·형사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회사의 법적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더 이상 인사관리 차원의 문제가 아닌 기업의 리스크 관리 영역"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 사건 하나만으로도 기업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는 시대"라고 했다.
이어 "특히 최근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노동권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들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