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모욕죄’ 27년 만에 판례 변경…대법 “문서·연설급 공연성 있어야”

입력 2026-07-2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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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한 방법’ 엄격 해석…27년 만에 판례 변경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훈련 중 부대원 3명 앞에서 대위를 모욕한 해군 상사의 상관모욕 혐의 사건 등을 선고한다.?2026.07.22.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훈련 중 부대원 3명 앞에서 대위를 모욕한 해군 상사의 상관모욕 혐의 사건 등을 선고한다.?2026.07.22. since1999@newsis.com

대법원이 상관에 대한 모욕 발언이라도 그 방식이 문서나 연설에 준할 정도로 공개적이지 않았다면 군형법상 상관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 관련 대법원 판례를 27년 만에 변경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 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2일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된 해군 함정 전탐장(상사) A 씨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이송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10월 함정 조타실에서 입항 방법을 두고 상관인 대위에게 여러 차례 의견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하사 등 3명이 있는 자리에서 “여기 지휘관 엉망이다. 권고도 듣지 않는다”고 말하며 헤드셋을 벗어 책상에 던진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원심은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쟁점은 군형법 제64조 제2항이 규정한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한 방법’을 어떻게 해석할지였다. 군형법 제64조 제2항은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전 1999년 대법원 판례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상관을 모욕하면 죄가 성립하고, 그 공연성의 정도가 문서·도화·우상의 공시나 연설에 상응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 (연합뉴스)

그러나 대법관 7명의 다수의견은 “‘그 밖의 공연한 방법’은 예시조항인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의 공시·연설’에 상응하는 정도의 방법이어야 한다”며 “단순히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다는 것만으로 상관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확장해석 금지 원칙과 전투력 확보라는 군형법의 입법목적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피고인의 상관에 대한 모욕은 군인 3명 앞에 나서서 일방적·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물리적 공간이나 가상공간에서 여러 군인에게 반복적·지속적으로 이뤄지거나 확산될 만한 방법으로 표현되지도 않았다”며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하는 것 또는 이에 상응하는 정도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별개의견을 낸 대법관 5명은 처벌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려는 다수의견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판단 기준은 방법의 제한이 아니라 보호법익 침해 여부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군형법이 ‘그 밖의 공연한 방법’이라는 개방적 규정을 둔 것은 다양하게 나타나는 모욕행위 양상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연한 방법을 제한해 해석하는 다수의견은 60년 전 군형법 제정 당시의 문언에 얽매여 시대 상황의 변화와 발전을 뒤따르지 못한 채 오히려 급진전하는 정보화 추세에 역행하는 해석”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문언을 엄격하게 해석해 처벌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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