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높지만 동물복지 등 논란도
친환경·첨단 입힌 한국형 서둘러야

최근 중국의 초대형 ‘양돈 빌딩(Pig Tower)’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른바 ‘돼지 아파트’라 불리는 고층형 스마트 양돈시설이다. 돼지가 들판이 아닌 20층이 넘는 건물 안에서 사육되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미래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중국 후베이성의 26층 양돈빌딩은 세계 최대 규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연간 약 120만 마리 생산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자동화가 총동원된다. 사료 공급과 환기, 온도 조절은 물론 질병 모니터링과 분뇨 처리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다. 중국은 이러한 첨단 대형 양돈단지를 빠른 속도로 확대하며 스마트 축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한 양돈 빌딩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복잡하다. 놀라움과 경계심이 동시에 교차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중국은 한국의 양돈 기술과 운영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전문가와 기업인을 국내로 보내곤 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막대한 자본력과 첨단 기술을 결합해 세계적 수준의 스마트 축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부 분야에서는 우리가 오히려 중국의 변화와 속도를 면밀히 연구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물론 중국식 초대형 양돈 모델이 모든 측면에서 이상적인 것은 아니다. 중국은 약 4억 마리 이상의 돼지를 사육하며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지만, 그만큼 과잉 공급과 가격 폭락 위험도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장기 하락세를 보이며 생산농가의 경영난도 심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질병 리스크다. 초대형 밀집시설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같은 치명적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여기에 동물복지와 생명윤리 측면에서 “공장형 축산”이라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결국 중국식 모델은 첨단 기술과 생산 효율성의 상징인 동시에, 높은 위험성과 사회적 논란을 함께 안고 있는 구조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축산업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단순히 중국을 따라가는 것이 능사일까, 아니면 한국 현실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야 할까. 우리 농업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농업 총생산액 약 60조원 가운데 돼지 생산액은 10조원 수준으로 축산업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도 연간 30kg 수준으로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돼지고기 가격은 물가와 서민 체감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국내 돼지 사육 마릿수는 약 1100만~1200만 마리 수준이지만, 여전히 상당량의 돼지고기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질병 발생 시 피해 규모가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여러 차례 구제역(FMD),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을 경험하며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렀다.
특히 2010~2011년 구제역 사태는 한국 축산 역사상 가장 큰 재난 가운데 하나였다. 돼지와 소 등 약 350만 마리를 살처분·매몰해야 했으며, 피해 지원액만 약 3조원에 달했다. 매몰 과정에서의 환경 문제와 사회적 충격도 매우 컸다. 당시 방역 현장에서는 과로와 사고 등으로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축산업 피해를 넘어 국가 경제와 농촌 공동체 전체를 흔든 심각한 재난이었다.
중국의 ‘돼지 아파트’는 단순한 해외 사례가 아니다. 우리 축산의 미래를 위해 냉정하게 분석하고 참고해야 할 중요한 경고이자 도전이다. 보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한국 축산의 방향을 재설계해야 한다.
첫째, 축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축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동물 사육 중심의 1차 산업이 아니다. 국민 먹거리와 물가, 식량안보와 직결된 전략산업이자 첨단 생명산업이다. 축산정책 역시 단순한 생산 확대 중심에서 벗어나 환경·질병·동물복지·기술혁신을 함께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 AI 기반 스마트 축산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자동화와 건강 모니터링, 스마트 방역, 환기 제어, 분뇨 자원화 등 디지털 기술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특히 농촌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스마트 축산은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충청남도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첨단 축산 모델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셋째, 질병 대응 체계를 획기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사후 대응 중심의 방식에서 벗어나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전 예측·차단형 방역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국가 차원의 총력 대응이 필요한 위험 요인이다. 축산 방역은 더 이상 개별 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의 과제가 되고 있다.
넷째, 환경 문제를 새로운 산업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악취와 분뇨 문제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를 바이오가스와 에너지화, 메탄 저감, 순환농업과 연결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 탄소중립 시대의 친환경 축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 축산이 가야 할 길은 단순히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에 있지 않다. 기술력과 안전성, 환경친화성, 동물복지, 그리고 국민 신뢰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스마트 축산 모델’을 만드는 데 있다. 규모의 경쟁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품질의 경쟁으로 나아갈 때 한국 축산업은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