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복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일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지배주주를 의사결정에서 배제하고 일반 주주들만의 다수결로 안건을 결정하는 'MoM(Majority of Minority)'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한국거래소는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회사 신규 상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회사 주주가치 희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같은 제도적 개선책을 제안했다.
남길남 선임연구위원은 발제 발표를 통해 "과거 2020년을 전후해 불거진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 이른바 쪼개기 상장 사례 등에서 보았듯 중복상장의 신규 상장 부문이 모회사 일반 주주의 권익을 훼손하거나 지분 가치를 희석하는 핵심 원인이 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적 분할 외에 일반적인 자회사 상장 역시 일반 주주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이번 제도 개선의 본질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주 동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현재 논의할 수 있는 안은 이사회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1안, 거래소가 심각성을 판단해 차등 적용하는 2안, 극단적 예외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다 잡는 3안 전면적 의무화가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3안의 예외 기준에 대해 "모회사 대비 자회사 매출·자산·이익 비중이 모두 10% 미만인 경우처럼 미미한 사례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하며, 홍콩의 경우 자산·매출·이익 등이 하나라도 25% 이상이면 주주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주 동의를 받는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일반 결의보다는 상법상 가장 높은 수준인 특별결의부터 논의하는 것이 순리이나, 국내 상장기업은 대개 지배주주 지분이 40% 내외로 높아 출석률 50%를 가정하면 지배주주 지분이 3분의 1 이상일 때 특별결의 통과가 그리 어렵지 않아 실질적 주주 보호 효과에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 선출의 3% 룰을 적용하는 방안과 함께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전면 배제하는 MoM 방식을 적극 거론했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하는 MoM 방식은 현재 논의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일반 주주 보호 정책이 될 수 있다"며 "국제적으로도 202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배구조 보고서 기준 미국, 영국, 홍콩을 포함해 호주, 이스라엘, 유럽연합(EU) 주요국 등 약 15개국이 다양한 형태로 이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보편적 표준이라기보다는 가장 모범적인 기준(Best Practice)으로 바라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평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에 따른 현실적인 한계와 부작용에 대해서도 명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MoM 제도를 적용하면 일반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유인이 낮아 명확한 반대를 하지 않더라도 주주들이 응집해 참석하지 않거나 의사 표현을 하지 않으면 안건 자체가 통과되기 어려워 부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짚었다. 아울러 "제도를 유지하고 주주 동참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일반 기업은 최소 4억원에서 5억원, 대기업은 15억원이 넘는 만만치 않은 사측 비용과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지배주주를 배제한 MoM 방식은 상장 폐지나 기업의 핵심 가치가 변동되는 중대한 이슈에 주로 적용되어 온 강력한 카드"라면서도 "실제 IPO 시장이 냉각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 국내 모험자본 엑시트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장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으므로, 안건 부결 가능성과 수반되는 비용 문제에 대해 면밀한 보완책 마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