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12% 올라도 버틸 물량은 있다…문제는 밥상물가 ‘시차 충격’

입력 2026-05-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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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국제곡물 업계 간담회…식용 밀 156만 톤 등 8~11월 공급분 확보
중동전쟁·유가·환율 변수에 사료·가공식품 원가 압박은 지속

▲중동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이 곡물, 유지류, 육류 가격을 중심으로 상승하며 관련 지수(130.7)가 3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가운데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 마트 쌀,잡곡 등 곡물 코너 모습. (연합뉴스)
▲중동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이 곡물, 유지류, 육류 가격을 중심으로 상승하며 관련 지수(130.7)가 3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가운데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 마트 쌀,잡곡 등 곡물 코너 모습. (연합뉴스)

중동전쟁 이후 국제곡물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지만 국내 수급 불안으로 곧바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분·사료업계가 밀·대두·옥수수 등 주요 물량을 늦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이미 계약해둔 영향이다. 다만 곡물 가격은 유가와 환율, 비료 가격을 거쳐 사료와 가공식품 원가로 뒤늦게 반영되는 만큼 ‘물량 안정’이 곧 ‘가격 안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제곡물 관련 협회·업계 관계자와 만나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가격 동향과 업계 애로를 점검했다.

중동전쟁 이후 국제곡물 가격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월 평균 선물가격은 2월과 비교해 밀 12.1%, 대두 6.3%, 옥수수 7.6% 올랐다. 특히 밀은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의 가뭄으로 생산량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다른 품목보다 상승폭이 컸다.

다만 아직 2022년 식량위기 때와 같은 급등 국면은 아니다. 이달 15일 기준 시카고 선물거래소 가격은 밀 234달러, 대두 432달러, 옥수수 179달러다. 밀은 1년 전보다 21.2% 높지만 평년보다는 4.0% 낮고, 대두와 옥수수도 평년 대비 각각 15.4%, 22.4% 낮은 수준이다. 가격이 폭등했다기보다는 중동 리스크와 기상 변수, 유가 상승이 겹치며 위험 프리미엄이 붙는 흐름에 가깝다.

세계 식량가격도 같은 흐름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4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달보다 1.6% 오르며 3개월 연속 상승했고, 곡물가격지수도 0.8% 올랐다. FAO는 미국 일부 지역의 가뭄, 호주의 강수 부족 가능성, 에너지 비용 상승과 비료 가격 부담이 밀과 옥수수 가격을 밀어 올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가격의 상승 압력이 확인되는 만큼 관건은 이 흐름이 국내 수급과 원가에 얼마나 빨리 옮겨붙느냐다. 현재로선 계약 물량이 단기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는 식용 밀 156만 톤을 확보해 11월 하순까지 사용할 물량을 마련했고, 대두 49만 톤은 11월 중순, 옥수수 50만 톤은 8월 중순까지 공급할 수 있는 상태다. 사료용 옥수수·밀·콩도 555만 톤을 확보해 10월 중순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밀 수입업체들은 지난해보다 1개월분을 더 확보해 11월 말까지 쓸 물량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뚜레쥬르가 빵과 케이크 등 17종의 공급가를 평균 8.2% 인하하기로 한 3월 12일 서울의 한 뚜레쥬르 매장에서 시민들이 빵을 고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뚜레쥬르가 빵과 케이크 등 17종의 공급가를 평균 8.2% 인하하기로 한 3월 12일 서울의 한 뚜레쥬르 매장에서 시민들이 빵을 고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문제는 가격 충격의 시차다. 밀은 밀가루와 라면·과자·빵 등 가공식품 원가에 영향을 주고, 대두는 식용유와 사료 원료, 옥수수는 배합사료와 전분당 원료로 쓰인다. 국제곡물 가격이 당장 국내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수입단가와 물류비, 사료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료비 상승은 한우·돼지고기·계란 등 축산물 가격으로 번질 수 있어 밥상물가 전반의 잠재 변수로 남는다.

이 같은 취약성은 낮은 곡물자급률과 맞물려 있다. 2024양곡연도 기준 국내 식량자급률은 47.9%,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6% 수준이다. 쌀을 제외하면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은 대부분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구조다. 국제곡물 시장에서 유가, 기상, 전쟁, 수출국 정책 변화가 발생할 때 국내 식품·축산업계가 원가 충격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는 원료 구매자금 지원으로 업계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사료 원료 구매자금은 올해 본예산 1500억원에 추가경정예산 500억원을 더해 지원한다. 수출입은행이 운영하는 10조원 규모 공급망 안정화 기금도 활용해 원료 확보와 금융 부담 완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자금 지원은 원가 충격을 늦추거나 완화하는 장치일 뿐, 국제곡물 가격 자체를 통제할 수는 없다. 업계가 이미 확보한 물량의 사용 기간이 8~11월에 집중돼 있는 만큼 하반기 이후 추가 계약 때 유가·환율·기상 여건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식용 옥수수 확보 물량은 8월 중순까지로 상대적으로 짧아 향후 가격과 물류 상황을 더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

박정훈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국제 곡물 동향을 세심하게 모니터링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는 등 관련 협회·업계와 협업해 식량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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