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를 둘러싼 국내외 증권가의 목표주가 경쟁이 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15일 KB증권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3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불을 지핀 데 이어, 불과 3일 만에 외국계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이 이를 400만원으로 추가 상향하는 리포트를 내놓았다.
주가 추이를 앞서나가는 목표주가의 급격한 상승은 단순한 기업 분석을 넘어 시장의 기대치를 끌어올리는 가격 신호로 작동하고 있다. '400만닉스'라는 수치가 합리적인 재평가의 결과물인지, 과열된 투자 심리가 반영된 가격인지 시장의 진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외국계 증권사가 공격적인 목표가를 제시한 배경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엔비디아ㆍ마이크로소프트ㆍ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자본지출(CAPEX) 증가 속도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공급 부족(쇼티지) 우려가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27년까지의 HBM 공급 부족 현상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관측된다. 수요 증가 속도를 제조업체들의 공급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향후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가격 결정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목표가 상향은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기업가치 평가(밸류에이션)의 틀을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업황에 따라 실적이 변동하는 대표적인 경기민감주로 분류되어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중심으로 평가받아 왔다.
반면 노무라증권은 SK하이닉스를 대만의 TSMC와 유사한 구조적 성장주로 재평가하며 주가수익비율(PER) 중심의 밸류에이션을 적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SK하이닉스가 과거의 주기적 리스크에서 벗어나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반도체주 급락과 국내 증시 불안 속에서도 "주가 조정 시 매수(Buy on dips)"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공포 국면을 돌파하려는 외국계 증권사의 전략도 이러한 분석에 기반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리포트를 두고 "AI 시대의 구조적 리레이팅(주가 재평가)이 본격화됐다"는 평가와 함께, "단기 과열을 나타내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경계론이 공존하고 있다. 불과 며칠 사이에 목표주가가 100만원씩 격상되는 현상이 합리적인 가치 반영인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증권사 리포트가 기업의 미래 가치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자료의 역할을 넘어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목표가 상향이 잇따를수록 시장의 기대감은 높아지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한 추격매수의 유혹과 고점 매수에 대한 부담감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400만닉스'라는 수치가 합리적인 수준인지, AI 랠리가 만들어낸 기대의 가격인지는 향후 시장 검증을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