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도매’ 도입을 둘러싸고 의약품 유통업계와 약국가 반발이 커지고 있다. 대웅제약은 물류 효율화와 공급망 선진화를 위한 구조 개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유통업계와 약사회는 특정 업체 중심의 유통 구조 재편이 현장 혼란과 거래 질서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올해 3월부터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 거점 도매사를 통해 의약품 공급과 반품·회수 등을 운영하는 ‘블록형 거점도매’ 체계를 도입했다. 기존처럼 다수 도매업체가 제품을 유통하던 구조에서 일부 선정된 파트너사에 권역별 물류 운영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대웅제약은 해당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배송 위치와 도착 시간 확인, 재고 관리 효율화, 반품 처리 개선 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급망 운영을 표준화해 유통 효율성을 높이고 물류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기존 거래 도매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대웅제약이 수십 년간 거래를 이어온 도매업체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에만 권역 운영 권한을 부여하는 구조가 중소 도매업체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통업계에서는 ‘특정 업체에만 특혜를 주는 전형적인 갑질 구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약국가 반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한약사회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으로 전국 약국 현장에서 의약품 수급 차질과 유통 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시행 중단을 촉구했다.
약사회는 상당수 약국이 정책 변경 사실을 사전에 충분히 안내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대웅제약 플랫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기존과 다른 주문·결제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고 반품 절차도 이전보다 복잡해졌다는 현장 의견이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플랫폼 가입 유도와 선결제 방식, 최소 주문금액 부과, 1일 1배송 체계 등이 기존 거래 구조보다 약국에 불리한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약사회는 “특정 플랫폼 가입을 사실상 강제하고 특정 유통 경로 중심 거래를 유도하는 것은 약국 선택권을 제한하는 우월적 지위 남용”이라며 “독점적 유통체계를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약사회 주장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의약품 수급 차질과 유통 혼란에 대한 정량적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도입 초기 과도기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 미통보 주장에 대해서도 “3개월 전부터 관련 내용을 안내했고 공개 입찰 공고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플랫폼 강제 가입 논란과 관련해서는 선택사항이라고 설명했고 선결제 방식은 기존에도 존재했으며 온라인몰 운영 특성상 일반적인 구조라고 밝혔다.
반품 절차가 복잡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처리 속도가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은 “기존 다단계 도매 구조에서는 반품 처리에 수개월이 걸리기도 했지만 거점도매 도입 이후에는 10일 이내 처리 체계를 구축했다”며 “현재 월 평균 약 4만 건 거래 가운데 고객 클레임 비율은 약 0.11% 수준”이라고 밝혔다.
독점 구조 논란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대웅제약은 “거점도매는 판매 독점 체계가 아니라 물류 책임 구조”라며 “거점 외 도매업체들도 거점도매를 통해 제품 공급이 가능하고 약국 구매 경로 역시 제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블록형 거점도매는 공급 안정성과 물류 효율화를 위한 유통 선진화 과정”이라며 “현장 의견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