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9월 적용 앞두고 현장 1대1 점검…자금·증축 규제가 관건

계란값이 조류인플루엔자(AI)와 수급 변수에 민감하게 흔들리는 가운데 정부가 산란계 사육환경 전환에 다시 속도를 낸다. 닭 한 마리가 차지하는 면적을 넓히는 동물복지 전환은 더 미루기 어려운 과제지만, 농가가 시설을 바꾸는 과정에서 사육 마릿수가 줄면 계란 공급과 가격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정부가 ‘4번 계란’ 퇴출을 준비하면서도 현장별 자금 부담과 증축 규제를 함께 들여다보려는 이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4일 중앙·지방정부와 농협경제지주, 대한양계협회 등이 참여한 ‘산란계 사육밀도 개선 추진 TF’ 3차 회의를 열고 관행사육 농가의 이행계획과 지원 방안을 점검했다.
산란계 사육밀도 개선은 기존 케이지 기준을 마리당 0.05㎡에서 0.075㎡로 넓히는 내용이다. 이른바 관행사육은 닭 한 마리당 0.05㎡의 기존 케이지에서 산란계를 키우는 방식으로, 난각번호 기준 사육환경 4번 계란에 해당한다. 정부가 유도하는 개선 케이지는 마리당 0.075㎡로, 난각번호 3번 이상으로 전환하는 흐름이다.
이 기준은 당초 2025년 9월 전면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계란 수급과 가격 불안 우려로 2027년 9월로 유예됐다. 정부는 유예 기간 동안 민간 자율 이행을 유도하되, 2027년 9월 적용 시점에 맞춰 기존 케이지 농가의 전환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관행사육 농가는 지난해 8월 718개소에서 올해 5월 655개소로 9% 줄었다. 전체 산란계 농가 1685개소에서 관행사육 농가가 차지하는 비중도 43%에서 39%로 낮아졌다.
남아 있는 농가 중 상당수도 전환 의사를 밝혔다. 농식품부가 지방정부와 함께 지난달 말까지 이행계획서를 받은 결과 관행사육 농가 655개소 중 521개소, 80%가 사육밀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 32개 농가는 이미 시설개선 등을 통해 사육밀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숫자만 놓고 전환이 순조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존 케이지를 유지하는 농가 중에는 시설이 낡았거나 축사 증축이 어려운 곳이 적지 않다. 사육면적을 넓히려면 같은 마릿수를 유지하기 위해 시설을 늘리거나, 반대로 사육 마릿수를 줄여야 한다. 전자는 자금과 인허가가 걸림돌이고, 후자는 농가 소득과 계란 공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이번 회의에서 지역담당관 운영을 본격화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농식품부와 지방정부는 이행계획서를 내지 않은 농가에는 제출을 독려하고, 사육 마릿수를 줄여 기준을 맞추려는 농가를 중심으로 자금 부족, 증축 제한, 단기간 내 폐업 예정 등 애로사항을 직접 듣기로 했다. 지역담당관은 앞으로 2~3주간 유선 조사와 현장 방문을 진행한 뒤 추가 TF 회의에서 지원 방안을 다시 논의한다.
시설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금 지원도 병행된다. 농식품부는 2024년부터 올해까지 산란계 농가 시설개선을 위해 약 1250억원 규모의 융자를 지원하고 있다. 사육 마릿수가 늘어나지 않는 조건에서 시설 증축을 허용하는 환경규제 개선, 농업용 건축물 건폐율 완화, 케이지 단수 확대 등 규제 완화 조치가 지방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는지도 함께 점검할 계획이다.
문제는 계란값이다. 정부는 최근 가격 안정을 위해 신선란 수입을 확대하며 수급 관리에 나서고 있다. 사육환경 개선이 한꺼번에 사육 마릿수 축소로 이어질 경우 공급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로서는 시설 전환 속도와 계란 수급 안정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농가 일각에서 제기하는 생산성 저하 우려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 반박도 나왔다. 김경운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센터장은 회의에서 “연구 결과 개선된 케이지에서 사육하는 경우 오히려 산란율 등 생산성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재식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시설개선을 통해 사육밀도 개선을 이행하려는 농가를 위해 예산 확보와 규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