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제약사 B형간염 상표 무더기 취소..."길리어드 명성에 부당하게 편승"

입력 2026-05-1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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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 '베믈리디'(왼쪽)와 국내 제약3사의 복제약 '베믈리노', '베믈리버', '베믈리아'(오른쪽 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상세정보)
▲길리어드 '베믈리디'(왼쪽)와 국내 제약3사의 복제약 '베믈리노', '베믈리버', '베믈리아'(오른쪽 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상세정보)
미국 제약회사의 B형간염 치료제 제네릭(복제약)을 판매하던 국내제약사들이 특허법원에서 무더기 상표 취소 결정을 받았다. 길리어드사이언스(길리어드)가 개발한 원조약 ‘베믈리디’와 유사한 상표로 복제약 ‘베믈리아’(동아ST), ‘베믈리버’(대웅제약), ‘베믈리노’(삼일제약) 상표를 출원해 판매한 것이 길리어드의 명성에 부당하게 편승할 수 있다는 취지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특허법원은 길리어드가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삼일제약 등 국내제약사 3사를 상대로 제기한 등록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다만 3사는 앞서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상표 등록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받았던 만큼, 이번 판결에 즉시 항고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특허법원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국내제약사 3사는 길리어드의 신용과 명성에 편승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이 사건 등록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길리어드 제품의 2019년 미국 시장 시장점유율은 적어도 30% 이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2017년~2018년 두 해 동안만 하더라도 미국 등 국제시장에서 약 5600억원 이상 판매되고 국내외 다양한 매체에도 보도된 만큼, 국내제약사 3사의 복제약 상표 출원 무렵 의사 등 전문가는 물론 환자나 소비자 같은 일반 소비자에게도 ‘베믈리디’라는 상표가 길리어드라는 출처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조약 ‘베믈리디’와 3음절이 똑같고 접미사만 ‘아’, ‘버’, ‘노’ 등으로 다른 국내 제약3사의 복제약이 상표 출원을 한 만큼, 수요자들에게 혼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통상적으로 복제약이 원조약 제품명과 비슷한 호칭으로 명명되는 주된 이유는 원재료 화학명, 국제일반명칭, 전문용어가 들어가기 때문”이라면서 “길리어드 제품은 그렇게 볼 수 없어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봐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예컨대 동일한 소염진통제 성분인 ‘덱시부프로펜’이 포함된 경우 제약사별로 ‘멕시부펜’, ‘덱시부펜’ 등으로 유사한 상표명을 짓고, 위장운동조절제 성분인 ‘트리메부틴’이 함유된 경우 각각 ‘포리부틴’, ‘트리부틴’ 등으로 비슷하게 작명을 하는데 이는 원재료 성분이 같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란 얘기다.

반면 ‘베믈리디’는 함유된 원료명(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헤미푸마르산염)과 무관하게 길리어드가 지은 이름이라, 통상적인 관행대로 복제약 상표를 출원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길리어드는 2016년 말 미국에서 B형간염 치료제 베믈리디를 최초 출시한 뒤 미국에서만 2017년 1억 1100만달러, 2018년 2억4500만달러, 2019년 3억9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B형간염 치료제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국내에서도 정식 상표를 출원한 뒤 2018년 74억원, 2019년 189억원, 2020년 297억원, 2021년 39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유관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2023년 2월 국내 제약사들이 베믈리디의 특허를 회피하는 데 성공하면서 ‘베믈리아’, ‘베믈리버’, ‘베믈리노’ 등의 복제약 상표를 차례로 출원했고, 해당 약품을 실제로 판매할 길이 열리게 되면서 이번 갈등이 시작됐다. 당초 베믈리디의 특허는 2032년 8월 만료될 예정이었다.

길리어드는 특허심판원에 3사의 복제약 상표 등록을 무효로 해달라는 심판을 청구했으나 지난해 4월 기각되자 특허법원에 이번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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