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격차 벌려 ‘머니무브’ 방어 총력… 건전성 우려도

저축은행업계의 자금 조달 창구에 경고등이 켜졌다. 수신 잔액 100조원 선이 붕괴된 이후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이라는 ‘배수진’을 쳤지만 조달 비용 상승과 수익성 악화라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직면했다.
21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23%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초 2.92% 대비 0.31%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대내외 경제 여건으로 시장 금리 추이가 불투명한 가운데, 저축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상향 조정하며 자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100조5900억원에서 12월 98조9787억원으로 급감하며 100조원 벽이 무너졌다. 이어 올해 1월 98조1749억원, 2월 97조9365억원으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수신 잔액이 줄어들며 업계 전반의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자금 유출의 핵심 원인은 과거 공격적으로 유치했던 예금의 만기가 집중 도래한 탓이다. 고금리 시기 유입됐던 자금들이 만기 종료와 함께 증시나 타 금융권 등 높은 수익률을 찾아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은행연합회 기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 중후반대다. 저축은행권은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를 다시 벌려 기존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자 고금리 특판 상품을 앞세운 방어적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현재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3.57% 수준으로 고려·참·CK저축은행 등의 비대면 상품이 상단을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수신 금리 인상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동시에, ‘조달 비용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예금 금리를 올릴수록 저축은행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금리를 올려 자금을 끌어모으자니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금리를 유지하자니 자금 이탈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예대금리차 축소에 따른 경영 실적 악화는 올해 저축은행업계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건전성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조달 비용 증가는 치명적일 수 있다. 수익성 압박은 연체 확대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과 손실 흡수 능력 제고를 위한 자본 확충 여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권의 금리 인상은 적극적인 영업 확장보다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방어적 성격이 짙다”며 “증시 활황세가 장기간 지속돼 예금 금리가 추가 상승할 경우 조달 비용 부담이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